▲ 환호하는 김인경 선수 (사진=JTBC골프 화면캡쳐)

5년 전 30cm 우승 퍼트 실패 아픔 씻어..시즌 3승으로 다승 1위
한국 나이 30세...남들은 하강곡선 그린다지만 '제2전성기' 오뚝이정신 빛나

【서울뉴스통신】 딱히 여자 프로골프 LPGA 김인경 선수의 팬이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골프 팬들은 7일 새벽 텔레비전 중계를 보며 적지않이 가슴 졸이며 지켜보았다.

'오뚜기' 김인경(29)이 우승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고도 싶었겠지만, 실상 그보다는 5년 묵은 메이저퀸의 한을 이번에는 잘 풀어낼 것인가, 풀어낸다면 어떤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이뤄낼 것인가 하는 점에서였을 것이다.

그냥 LPGA 대회를 우승하는 것도 값지겠지만, 이 대회는 메이저대회가 아닌가.

골프팬이라면 누구나 할 것없이, 김인경이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천697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오르는 순간 남다른 성취감을 맛봤을 것이 분명하다.

6타의 넉넉한 차이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음에도 2위 조디 유와트 섀도프(잉글랜드)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던 김인경. 가슴을 약간은 졸이며 마침내 2타차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김인경을 짓누르던 모든 회한이 씻겨지던 순간이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벌써 시즌 세번째 우승을 일궜다. 올들어 평준화한 세계 여자 골프계에선 유일하다. 다승 1위에 나서며 제2의 전성기 도래를 알린 그의 도전정신을 더 높이살 수 밖에 없다.

김인경은 6년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다가 작년 레인우드 클래식에 이어 올해 숍라이트 클래식, 마라톤 클래식과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2시즌에 4승을 쓸어 담았다.

우승 상금은 48만7천500 달러(약 5억4천892만원)를 받은 김인경은 시즌 상금이 106만8천572달러로 늘어나 2013년 이후 4년 만에 시즌 상금 100만 달러 클럽에 복귀했다.

김인경은 특히 개인 통산 7번째 우승을 그토록 원하던 메이저대회에 올려 기쁨이 더했다.

사실 김인경이 매 대회 선두권을 형성하며 나설 때면, 언제고 지난 2012년 당시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30㎝ 우승 퍼트를 놓쳐 첫 메이저대회 제패 기회를 날린 아픔을 떠올린다.

당시 김인경의 나이는 갓 24살 정도였다. 우승에 대한 중압감만큼이나 '30cm 퍼트 실패'의 악몽은 뇌리에서 지우기 힘든 아픈 기억이었을 것이다. 당시 화면을 여러번 보더라도 쉽게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실패가 가져다준 좌절감을 스스로 이겨내는데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이 컸을 것이다. 골프채를 내려놓고 싶기도 했을 지도 모른다.

이 기억을 지우기 위해 그는 멘탈코치를 별도로 받기도 했고, 짧은 퍼트연습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 훈련의 덕분이었을까. 이번 대회는 물론 최근 그가 치른 각종 대회서 악몽은 모두 떨쳐냈다. 자신감을회복한 것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짧은 퍼트를 즐기게 된 것이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대견스럽게도 각고의 노력끝에 스스로 이겨낸 것이다.

더욱이 그의 한국 나이는 30세다. 남들은 하강곡선을 그릴 나이라지만 김인경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과시하고 있다. 그의 오뚝이정신이 빛을 발하면서다.

 

경기 후, 김인경이 LPGA와 가진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우리는 우리들 자신을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모두들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자아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때때로 자기 연민을 느껴야하며 내가 언제든지 실수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뒀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실수가 내 인생에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는 것이 과거를 더듬거나, 과거의 실수에 집착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얼만 컸는지를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스포츠선수든, 기업인이든, 수험생이든 누두든지 실패는 할 수 있다.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패 뒤에 어떠한 자세로 다시 일어서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이번에 김인경은 그같은 오뚝이같은 인생승리를 보여준 것이란 점에서 그 어떤 메이저대회 우승보다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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