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도시도 생명력을 가진다. 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내야 한다. 문화가 그 도시를 이끌게 하는 엔진이기 때문이다. 오산, 수원, 화성 3개시는 같은 정조문화권이다. 오산의 산(山), 수원의 수(水), 화성의 화(華)자를 따서 ‘산수화(山水華)’라고 칭한다.

3개시 시장이 새로운 문화를 일구기 위해 손을 잡았다. 경직된 행정경계를 넘어 3개시가 품고 있는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출발이자 다짐이다. 전국 226개 지자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분명 새 역사다.

3개시 곽상욱 오산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서철모 화성시장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달 28일 화성시 안녕동,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융·건릉에서 ‘산수화상생협력협의회’를 출범시켰다. 3개시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상생협력협의회는 3개시에서 각기 8명 씩 시민대표를 포함해 시장, 지역 국회의원, 시·도의원 등 모두 24명의 위원으로 짜여졌다. 3개시 시장과 국회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시의원, 시민대표, 공무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3개시 간 상생발전과 협력사항을 제안·심의·의결 하는 등 자치분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공동비전선언문을 통해 그 의지를 굳게 밝혔다.

수원화성문화제 공동추진 등 문화협력사업, 교육·교통·환경 등 주민편익 협력사업, 갈등현안발생 시 합리적 대안 마련, 긴급재난 공동대응 등을 함께 뜻을 모아 추진키로 했다.

이날 3개시 시장들의 소감도 한결같게 상생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정도로 상생발전으로 행복한 도시가 되길 꿈꾸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하나의 생활문화권이 3개시가 상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격적인 행보(行步)를 강조했다.

곽상욱 오산시장도 “어깨를 맞대고 있는 3개시가 상생협력의 길을 열어 뜻 깊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드러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정조대왕의 애민사상을 계승해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언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행정 구역에 상관없이 ‘시민 중심’가치를 공유하며 시민 모두가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협치, 협력, 협동의 기구가 돼야 한다. 그 중심에는 시민이 있어야 한다.

시정이 주도하고 이끄는 조직이 되면 안 된다. 3개시 시민 모두가 “아, 잘 됐다.”고 합일(合一)을 이룰 때 성공할 수 있다. 3개시는 수원군에서 분리된 지역 공통체다.

조선 후기 정조문화권이라는 한 뿌리다. 역사적, 문화적으로 깊게 탯줄처럼 연결된 3개시 시민들이 산수화상생협력을 통해 서로 단점을 메우고 장점을 융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바람직하다.

지자체 상생협력 모델의 정답을 보여줘야 한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3개시 상생협력사업이 있어왔지만 실효를 얻지 못한 사례가 있다. 거기에서 해법의 교훈을 찾는 것도 좋을 듯하다.

3개시가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시민의 삶을 보다 더 쾌적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시민을 위한 바른 행정이며 경쟁력 있는 한 단계 발전방안이다. 지역 현안을 비껴가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탁상에 올려놓고 현명한 해법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 발에 오줌 눕기 식이나 고양이가 눈감고 ‘야옹’하는 식도 안 된다.

정치적 생색내기는 더더욱 안 된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쉬운 문제부터 풀어가야 한다. 진정한 상생협력은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를 현명하게 합리적으로 푸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3개시가 힘을 모으면 엄청난 파괴력이 생겨 도시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정조시대는 문예부흥기다. 화공(畵工)들이 모인 도화서가 설치되어 김홍도, 신혜복 등 걸출한 화가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시대가 아닌가. 아무쪼록 3개시가 이웃 공생(共生) 언약을 통해 발전하고 화합하는 산수화를 넘어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인 산수화(山水畵)가 되길 기대한다. 또한 ‘영원한 사랑, 불변, 지속’이라는 꽃말처럼 산수화(山水花)가 지지 않고 3개시에 만발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