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原에서 63년을 함께 한 학우들이 있어 행복해”

▲ 정재언 수원시 곡반정동 주민.
【수원=서울뉴스통신】 김인종 기자 = ‘水原(수원)‘은 옛날에는 화성바닷가에 접해있는 관계로 호수나 웅덩이가 많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주위가 온통 물나라(水國)로 보였을 포구에 사람들이 모여들며 그 마을이 점점 커져서 오늘의 ‘水原(수원)‘이란 지명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5세기 말‘ 고구려부터 통일신라까지 ’매홀(買忽)‘이라 불렸다는 설까지 있고 나중에는 수성군(水城郡)에서 고려시대에는 수주(水州)가 되었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수원에서 태어나 63년간, 수원의 물과 흙과 공기 속에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제 모든 ‘삶’이 수원 속에 있으며 그냥 수원이 좋고 수원이 아름다워 어느 순간, 숙명처럼 수원을 ‘사진’ 속에 담으며 제 인생의 중·후반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水蓮(수련)‘에 관심이 깊어 밤을 세워가며 수많은 연꽃 사진을 찍기도 했으며 연꽃 삼매경에 빠진 적이 많은 걸 보면 저는 水原과 뗄 레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원에서도 유서가 어마어마하게 깊은 안룡초등학교, 45회 출신으로 60여 년 전 학교주변 어린 시절의 추억은 ‘순수의 절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앞에는 커다란 ‘원천 천’이 흘렀고 끝없이 펼쳐진 논에는 항상 ‘물’이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찰랑거리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그런 세월들이 하나 둘씩 흘러가고 어느 덧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작년 말 송년회에서 만났던 우리 안룡초 45회 동창들의 머리에도 하얀 물빛의 눈꽃이 많이 늘어나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수원과 함께 성장했고 세월의 질곡을 수원과 함께 견뎌온 이들입니다. 오늘의 수원이 있기까지 그 들은 수원의 한 구석에서 묵묵히 수원을 지켜온 이들이었습니다.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 밖에 모르고 살아온 60평생이 살짝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올해가 지나면 또 새로운 해가 올 것입니다.

해마다 보내고 맞이하는 세월이지만 늘 새롭게 ‘悔恨(회한)‘과 ’希望(희망)‘이 교차됩니다. 앞으로도 저는 수원시민으로서 살아온 날들과 살아 갈 날들을 꿈꾸고 추억하며 사는 재미로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제 개인도 그렇지만 60여 년 전 그토록 아름답고 맑았던 곡반정동의 기억을 새기며 ‘제45회 안룡초’ 동창들과 지금껏 그래왔듯이 수원의 한 구석을 소박하게 장식하며 수원의 일부가 되어 살아갈 것입니다.

훗날 수원이란 도시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할 때 늘 수원 한구석의 일부로 순박하게 살아온 이들의 애잔한 추억도 함께 기억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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