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 통증, 디스크 아닌 '고관절염'?…감별 진단 중요

양반다리·다리 회전 어려움 땐 의심해야 허리질환과 유사 증상…“정확한 구분 필수”

2025-05-14     최정인 기자
13일 연세스타병원 허동범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고관절에서 유발되는 통증은 특정 동작에서 반복되는 국소 통증이 특징인 반면, 허리질환은 자세에 따라 통증이 변화하고 저림이나 감각 저하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두 질환은 치료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5.05.13) / 사진 = 연세스타병원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기 쉬운 골반 통증, 실제 원인이 ‘퇴행성 고관절염’일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특히 양반다리가 어렵고, 다리를 돌릴 때 불편함을 느낀다면 단순한 요통이 아닌 고관절 문제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년 여성 A씨는 최근 바지를 입거나 양반다리를 할 때 사타구니 안쪽이 찌릿하게 아픈 증상을 경험했다.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병원을 찾은 끝에 ‘퇴행성 고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관절은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부위로, 체중을 지탱하며 걷기, 앉기, 일어나기 등 거의 모든 움직임에 관여한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이 관절의 연골이 마모되면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고, 결국 관절 운동성이 떨어지는 퇴행성 고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고관절염은 무릎관절염보다 대중적 인식은 낮지만, 중장년층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특히 여성에게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며, 사타구니 깊숙한 부위의 통증, 다리 회전 시 불편감, 심한 경우 절뚝거림과 보행장애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과 유사해 혼동하기 쉽다는 점이다. 허리질환 역시 엉덩이나 다리까지 이어지는 방사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스타병원 허동범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고관절에서 유발되는 통증은 특정 자세나 동작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허리질환은 자세에 따라 통증의 강도나 부위가 달라지며 신경증상까지 동반될 수 있다”며 “치료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비수술적 치료로도 충분한 개선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소염진통제를 활용한 약물요법, 히알루론산 주사, 체외충격파 치료 등이 있으며, 스트레칭과 걷기 운동, 근력 강화와 체중 조절 등 생활습관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허 병원장은 “고관절염은 완치보다는 진행 억제와 기능 유지를 목표로 하는 질환”이라며 “양반다리나 쪼그려 앉기 등 무리가 가는 자세를 피하고,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함께 체중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허 병원장은 “허리질환 병력이 있는 이들은 고관절 통증을 허리에서 비롯된 연관 통증으로 오해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사타구니 통증, 다리 회전 시 불편감, 보행 시 절뚝거림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