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공정성장·실용경제’ 천명…국정 5개년 청사진 본격화

첫 시정연설서 ‘경제’ 24차례 강조…‘공정’과 ‘실용’ 국정철학 중심 국정기획위, 조세·재정·산업정책 등 구체적 정책 설계 시동 전문가 “이념보다 실익 중심 설계…정책간 유기적 조합 필요”

2025-06-27     이민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25) / 사진 = 공동취재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통해 ‘공정성장’과 ‘실용경제’를 핵심 기조로 한 경제정책 방향을 공식 천명했다. 30조5000억 원 규모의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연설문 전반에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선명하게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24차례 언급하며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정부’ 18번 △‘성장’ 12번 △‘소비’ 10번 △‘민생’ 8번 △‘공정’·‘재정’ 각 5번 △‘실용’·‘기회’ 각 3번 등 국정 운영의 핵심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사회 전반의 공정한 기회 제공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규칙을 어겨선 이익을 볼 수 없고, 규칙을 지켜도 손해 보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며, “공정하게 노력해서 이룬 성공에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공정의 가치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국정철학의 설계와 실현을 담당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공정성장을 국정과제의 중심축으로 삼고 정책 수립에 착수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는 △세제 개편을 통한 과세 형평성 확보 △기술탈취 및 불공정거래 척결 △디지털·교육 격차 해소 등 공정의 가치를 반영한 과제를 집중 설계하고 있으며, 이미 ‘조세·재정제도개편 TF’를 구성해 재정 정상화 및 조세 개혁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는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포용적 경제 시스템 구축과도 직결된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실용’ 기조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한 방관”이라며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국정기획위가 이념보다 실익 중심의 실용적 접근을 통해 민간 활력을 유도하고, 위기 상황에서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단기 부양책으로는 부동산 PF 유동성 공급과 SOC 조기 투자가, 중장기 전략으로는 인공지능(AI)·배터리·재생에너지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예산 및 세제 지원이 거론된다. 공공 일자리 확대, 지역균형 투자, R&D 강화 등도 주요 과제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인프라 확충과 제도 설계를 통해 민간 투자를 견인하는 방식도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6.13) / 사진 = 대통령실 제공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철학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 조합으로 현실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성장 실현을 위한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돼야 한다”며 “국정기획위가 실질 효과 중심으로 각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우형 동국대 교수는 “국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방향성은 타당하지만, 재정지출 확대에만 집중하면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며 “민간 활력을 끌어낼 수 있는 균형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정부의 ‘공정성장·실용경제’ 기조가 향후 5개년 국정과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국정기획위가 이를 어떻게 정책 언어로 구체화해 나갈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25) / 사진 =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