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속 잠 설치는 밤…방치 땐 불면증 ‘도화선’
열대야, 체온 저하 방해로 수면 유도 호르몬 생성 억제 불면 장기화 시 피로·정신질환·심혈관질환 등 위험↑ 규칙적 생활·수면 위생 관리로 여름철 불면증 완화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잠 못 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날을 의미하며, 수면을 유도하는 체온 저하를 방해해 불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이 방해되면 일상생활의 리듬이 무너지고, 장기적으로 만성 불면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열대야가 지속되면 신체는 열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되고, 이는 잠드는 데 어려움을 주며 자주 깨는 각성 상태를 증가시킨다. 또한 어둠과 함께 체온이 떨어질 때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도 고온 환경에서 억제되어 수면의 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된다.
실제로 여름철에는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며’, ‘깬 후 다시 잠들기 힘든’ 전형적인 불면 증상이 증가하는데, 이러한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장애’로 진단되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면 부족은 단기적으로 졸림, 집중력 저하, 기분 변화 등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질환, 암 발생 위험,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불면증 병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위험이 24% 높고, 특히 폐암 위험은 1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자는 체온 조절 기능이 저하되고 수면 구조 자체가 변화해 열대야에 더욱 취약하다.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성장기 아동은 성장호르몬 분비가 차단돼 발달 지연이나 학습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신질환자나 호흡기·심혈관계 질환자 역시 열대야로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높다.
열대야 속 불면을 예방하기 위해선 수면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는 습관은 생체리듬을 안정시키고 불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포함된 커피나 차, 니코틴, 알코올은 수면을 방해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카페인은 체내에 오래 남기 때문에 오전 10시 이전 섭취가 권장된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잠을 유도하지만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른 각성을 유발할 수 있다.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기 등도 효과적이다. 침실은 조용하고 어둡게 유지하고, 침구는 쾌적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어컨은 1시간 이상 가동하지 않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바람의 흐름을 유도해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적절한 실내온도는 2528도, 습도는 5060% 수준이 적당하다.
김선영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은 하루의 컨디션은 물론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약물보다는 수면 위생을 먼저 점검하고, 불안감이나 강박적으로 잠을 자려는 행동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