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 세균이 췌장암 위험 키운다…칸디다 포함 미생물 연관성 확인
구강 내 세균·곰팡이, 췌장암 발병률 최대 3배 높여 치주염 유발 세균도 위험 인자…칫솔질·치실 활용 중요 조기 검진 가능성 제시됐지만 추가 연구 필요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입안에 존재하는 세균과 곰팡이가 췌장암 발병 위험을 3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뉴욕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최근 미국의사협회저널 ‘종양학 학술지(JAMA Oncology)’에 구강 내 미생물과 췌장암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게재했다고 19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연구는 미국 내 두 개의 대규모 장기 연구에 참여한 성인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의 침 샘플을 채취해 구강 내 세균과 곰팡이를 분석한 뒤 약 9년에 걸쳐 추적 관찰하며 췌장암 발병 여부를 기록했다.
그 결과, 효모 균주인 칸디다(Candida)를 비롯한 24종의 세균과 곰팡이가 췌장암 위험 증가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치주염을 일으키는 세균 3종 역시 췌장암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유해 미생물 그룹이 췌장암 발병 위험을 전반적으로 3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리차드 헤이즈 박사는 “정기적인 칫솔질과 치실 사용은 잇몸 건강뿐만 아니라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 연구자인 안지영 교수는 “구강 내 세균과 곰팡이를 프로파일링하면 췌장암 고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해 선별검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이 아니라 상관관계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향후 구강 바이러스가 췌장암에 미치는 영향과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이 환자 예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추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췌장암은 별다른 초기 증상이 없어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리며,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높지만 대부분 말기에 발견돼 치료가 어렵다. 국내에서도 매년 약 1만 명이 췌장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10명 중 1명만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로 75세 이상 고령층에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25세 미만 여성에서도 발병률이 1990년대 이후 200% 증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