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시간의 꽃

2025-10-20     유기순 시인

학문의 긴 시간을
조각처럼 새겨넣고

인내의 몸부림이 
작품으로 피어났네

승화된 
그의 땀방울
감미로운 비밀정원

내면의 피어나는 
진심과 고독은  

사각액자에 담겨진
황홀한 아름다움

꿈속을 
거니는듯한
파스텔톤이 피어난다 

 


詩評 시평

유기순 시인이 살아 온 날들을 펼치면 어느 산 속의 우담바라 꽃을 연상케 한다. 그의 길은 한결같이 한 곳을 바라보고 평생을 살았으니까. 그를 둘러 싼 꽃이 있다면 그것은 형설의 꽃이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끈질김. 차갑지 않으면서 차가운 내공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 무엇이 끈질긴 삶을 주문했을까. 아마도 내면에 자리 잡은 그 만의 강한 자아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언어는 때로는 주위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묘한 습성이 있다. 반대로 따사로울 때는 한없이 사르르 녹게 하는 매력 또한 지니고 있는 그녀다. 

이번 시에서는 시간이라는 대상을 통해 자기 자신만이 피워 낸 꽃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스며 있다. 안타깝게도 시는 사랑인지 미움인지 시간 속에서 절대로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넌지시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본인이 직접 살아 낸 소산물이 시간 속에 직간접으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그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의연함과 한 길로 가는 그녀의 집념을 깊게 느끼며 호흡한다. 가까이 있어서 어쩌면 더욱 모를 수 있는 그녀의 강인함이 인상적이라는 것이다. 유길순 시인,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시 속에서 한 송이 꽃으로 멋지게 손을 내밀며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 오는 것 같다. 진한 감상의 끈이 나풀거린다. 

다음 시에는 어떤 시의 색깔로 우리에게 다가오려는지 궁금해진다.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 정명희>

 


유기순 시인

약력

2022년 『문학과 비평』 시인 등단

2022년 수원 문인협회 회원

2024년『문학과 비평』 타고르 문학작품상 수상

2024년 국무총리표창

2022년 시집 「꽃 핀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