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엔 현금 10억 있어야”…대출 규제 강화에 비규제지역 분양 ‘눈길’
10·15 대책 후 서울·경기 규제지역 대출한도 축소…‘현금 청약’ 부담 커져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등 고가단지, 최소 16억 현금 필요 수도권 분양 68% 비규제지역…청약 수요 ‘이동 현상’ 가속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서울 청약 문턱이 높아졌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비규제지역 분양 단지로 눈을 돌리는 ‘수요 이동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제한하고, 주택가격 구간별로 대출 한도를 단계적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서울 등 주요 지역의 ‘로또 청약’ 단지에 당첨되려면 최소 10억~2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달 분양 예정인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의 경우 분양가가 전용 59㎡ 기준 20억600만~21억3100만 원, 전용 84㎡는 26억8400만~27억49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최대 30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이 예상되지만, 주택가격이 15억 원을 넘는 만큼 대출 한도는 최대 4억 원, 25억 원 초과 시에는 2억 원으로 제한된다. 결국 전용 59㎡에 청약하려면 최소 16억 원, 84㎡는 25억 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수도권 비규제지역 단지들이 새로운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다. 비규제지역은 중도금과 잔금 대출 모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자금 부담이 낮고, 청약 자격 요건도 완화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31일 개관한 인천 ‘인하대역 수자인 로이센트’와 경기 파주의 ‘운정 아이파크 시티’ 견본주택에는 주말 3일간 2만 명 이상이 몰렸다. 또 10·15 대책 이후 첫 청약 단지인 김포 ‘풍무 호반써밋’은 1순위 평균 경쟁률 7.3대 1을 기록하며 올해 지역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11월 수도권 분양 예정 물량은 총 2만7031가구로, 이 중 68%(1만8247가구)가 비규제지역에 공급된다. 규제지역 공급 물량(8784가구)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서울 등 규제지역의 청약 시장은 위축되겠지만, 수도권 외곽 비규제 단지는 오히려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방 김은선 빅데이터랩장은 “자금 여력과 청약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규제지역과 달리, 비규제지역은 대출 부담이 적어 분양 일정이 빠르게 소화되는 추세”라며 “시장 전반이 자금 사정에 맞춘 ‘현실적 선택’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