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월세 확산세 뚜렷…서울 전역으로 번지는 월세 300만원 시대”
올해 월세 1000만원 이상 거래 200건 육박 한강벨트 넘어 노도강·금관구로 확산…임차인 부담 눈덩이 전세 물량 감소·대출 규제 겹치며 ‘보증부 월세’ 전환 가속화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서울 아파트 임대 시장이 ‘초고가 월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월세 1000만원대 고급 임대 거래가 성동·용산을 거쳐 이제는 노원·도봉·강북 등 외곽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서울 전역이 월세 상승세를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 월세 1000만원 이상으로 계약된 건수는 19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거래(203건)에 근접한 수치로, 올해 안에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가장 비싼 거래는 지난 6월 성동구 성수동의 고급 주상복합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로, 보증금 3억원에 월세 400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최고가였던 한남동 △‘나인원한남’의 월세와 맞먹는 수준이다. 올해 월세 3000만원 이상 계약된 아파트는 5곳으로, 지난해(3곳)보다 늘었다.
고액 월세 거래 지역도 다양해졌다. 올해 1000만원 이상 거래가 발생한 지역은 △용산구 58건 △서초구 50건 △성동구 37건 △강남구 34건 △영등포구 8건 △중구 2건, △금천·서대문·송파·양천·종로구 각 1건으로, 고급 주거지 중심이던 거래 양상이 비강남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세 수요가 빠르게 월세로 이동하면서 시장 구조도 변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전체 임대차 계약 21만1304건 중 월세 거래는 9만1312건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2%에서 1%p 늘며 월세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월세 1000만원 이상 거래는 증가 속도가 빠르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서울에서 체결된 1000만원 이상 아파트 월세는 25건으로, 전월(21건)보다 19% 늘었다. 대출 규제 강화에도 월 20건 이상 고액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성수동1가 △‘트리마제’ 전용 84㎡는 보증금 1억원·월세 1200만원, 한남동 △‘르가든더메인한남’ 전용 222㎡는 보증금 40억원·월세 1400만원에 계약됐다.
문제는 고액 월세가 강남권을 넘어 중저가 주거지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6000만원·월세 300만원, △‘롯데우성’ 전용 101㎡는 보증금 1억원·월세 250만원에 거래됐다. 한때 150만원 이하였던 외곽 지역 월세가 300만원대에 이르며, 사실상 서울 전역이 ‘월세 고지대’로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전세 물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데다 입주 물량이 줄면서 전세 물건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며 “전세 시장이 축소되면 보증부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급증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강남발 월세 상승이 한강벨트와 외곽지대까지 번지며 ‘서울 전역의 월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