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현금 부자의 ‘안전마진’으로…"대출 규제 속 대안은?"
고가 아파트 ‘계단식 대출규제’…실수요자 진입문턱 더 높아져 분상제 청약 흥행하지만 대부분 “현금으로만 가능” 채권입찰제 재도입 논의…“공공환수 효과 있지만 실효성은 제한”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분양가상한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됐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가액대별로 급격히 줄어들면서,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상한제 단지조차 일반 실수요자는 사실상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수도권 고가 청약 단지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분상제 적용으로 시세 대비 수십억 원의 차익이 기대되는 단지들이 나오며 청약 경쟁률은 폭등했지만, 대출 규제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층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의 전용 59㎡는 △18억4900만~21억3100만원, 84㎡는 △26억3700만~27억4900만원에 책정됐다.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84㎡가 70억 원대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사상 최대 수준의 시세차익이 가능한 단지지만, 25억 원 초과 구간은 주담대 한도가 △2억 원으로 제한된다. 실수요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건축비·적정 이윤을 반영한 가격 이하로 분양가를 억제해 집값 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그러나 LTV 규제가 결합된 현재 구조에서는 현금 유동성을 갖춘 수요층만이 청약할 수 있어,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과거 판교신도시 공공분양에서 적용됐던 ‘채권입찰제’의 부활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발생하는 초과수익을 국민주택채권 매입 방식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얻은 재원이 주택도시기금 확충에 활용될 수 있고, LH 직접 시행사업의 재정 기반을 강화할 수도 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채권 매입 비용이 수분양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라, 현행 금융 규제 체계와 결합되면 사실상 주택 취득비가 더 증가하게 된다. 이는 기존 문제와 마찬가지로 ‘현금 부자만 유리한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을 낳는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입찰제는 과거에도 분양가 상승 및 비용 변동성 확대 논란을 일으켰다”며 “현재 DSR·LTV 규제와 함께 적용될 경우 실수요자의 구입 여력이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어 재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분양가상한제가 실수요자에게 실질적 기회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와 연계된 종합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