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억제해 다이어트하면…되레 살 찌는 체질로?…대사 기능 교란이 불러오는 역효과
식욕억제제, 단기 감량 돕지만 근육 감소·요요 위험↑ “몸은 지방 더 저장하려는 방향으로 반격”…대사량 저하 체질 따라 다른 다이어트 필요…“식욕은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최근 식욕을 줄여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하려는 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런 접근이 오히려 몸의 대사 기능을 무너뜨리고 ‘살이 더 잘 찌는 체질’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위장관 호르몬(GLP-1) 계열 약물 등 식욕을 억제하는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는 듯하지만, 근육량 감소와 요요 현상, 췌장염 등 부작용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포만감을 유도해 식사량을 줄이는 방식이지만, 근육 감소 비율이 높아 대사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뒤따른다. 약물 복용을 중단한 뒤 식욕이 반동적으로 증가하면서 1년 내 감량분 대부분이 다시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한방비만센터 교수는 “식욕 억제가 단기 감량에는 도움이 되지만, 몸은 에너지 소비를 줄여 기초 대사량을 낮추고 지방 저장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맞선다”며 “대사 구조가 망가진 상태에서 약을 끊으면 식욕이 급격히 치솟아 결국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거나 그 이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몸은 식욕 억제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해 보상기전을 작동시키고, 이 때문에 다이어트의 핵심은 ‘얼마나 먹느냐’보다 ‘왜 내 몸이 살을 붙이려 하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다이어트는 체중을 억지로 빼는 것이 아니라, 흐트러진 에너지 흐름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과정”이라며 “몸의 에너지 시스템이 정상화되면 적게 먹지 않아도 체중이 안정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만은 심혈관질환, 당뇨 등을 포함해 200여 종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만성 질환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체질별 접근이 필요하며, 몸의 에너지 기능 유형에 따라 감량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조언이 따른다.
손발이 차고 식후 졸림이 많다면 에너지 생성 기능(비위) 저하형으로 따뜻하고 소화가 쉬운 음식을 적은 양씩 자주 먹는 방식이 적합하다. 물만 마셔도 쉽게 붓는 에너지 순환(심폐) 장애형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과 야식 금지가 핵심이다. 상체 열감과 야식욕구가 강한 에너지 균형(간·신) 장애형은 저녁 격렬 운동을 피하고 하체 중심 근력 운동이 효과적이다.
이 교수는 “식욕은 무조건 억누를 대상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신호”라며 “피로,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수면 부족 등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바로잡는 것이 건강한 감량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