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중동 순방] 이재명 대통령, 신흥국·중동에 ‘경제 안보 축’ 구축…K-방산·원전·건설 수주 외교 총력전
UAE·이집트·튀르키예에 ‘맞춤형 경제 협력’…방산·원전·공항 개발 수주 기반 확보 글로벌 사우스 공략 본격화…중동·아프리카 잇는 경제 네트워크 확대 남아공 G20서 다자무역 복원 강조…트럼프 불참 속 한국의 외교 공간 넓혀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7박 10일간 이어진 G20·중동 순방을 통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을 새로운 전략 경제축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
방위산업·원전·건설·AI·에너지 등 분야에서 구체적 사업 기반을 확보하며 ‘세일즈 외교’ 성격의 실질적 협력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상 처음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G20 정상회의에서는 다자무역체제 회복과 국제협력 강화를 강조하며 한국의 외교적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번 순방은 UAE–이집트–남아공–튀르키예로 이어지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UAE·이집트·튀르키예는 중동-유럽-아프리카를 잇는 핵심 거점국가로, 글로벌 공급망과 전략산업 협력 측면에서도 한국 외교가 집중해온 지역이다. 이 대통령이 세 나라를 연속 방문하며 양자 협력을 심화한 것은 ‘글로벌 사우스’ 외교 확장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가장 굵직한 성과는 방산 분야였다. UAE와는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공동선언을 채택하며 방위산업·AI·원전 분야 협력을 한층 격상했다. UAE는 중동에서 유일하게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를 도입한 국가로, KF-21 등 차세대 전투기 도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양국 간 협력 강화로 15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방산 수주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원전 분야도 주목받았다.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을 기반으로 UAE와 원전 공동 진출을 모색하기로 한 데 이어, 튀르키예에서도 ‘원자력 협력 MOU’를 체결했다. 특히 튀르키예 시노프 제2원전 사업의 초기 단계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수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집트에서는 방산 협력과 함께 건설·인프라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 알시시 대통령은 3조~4조 원 규모의 카이로 공항 확장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으며, 양국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추진에도 합의했다. 이는 양국 간 상품·서비스·투자·지식재산권 등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협정으로, 한국 기업의 북아프리카 시장 확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중동 외교에 ‘SHINE 이니셔티브’라는 새 정책 비전을 담아내며 경제·문화·네트워크 기반의 중장기 협력 구상도 제시했다. SHINE은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을 뜻하는 약칭으로, 중동-한반도 협력의 전략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순방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남아공 G20 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의 ‘다자무역·다자외교’ 노선을 명확히 드러냈다.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불참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WTO 기능 회복과 예측 가능한 국제무역 환경이 글로벌 성장의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한국이 다자무역체제의 복원을 강하게 역설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번 G20을 계기로 한국이 주도하는 중견국 협의체 MIKTA(믹타) 정상들과 회동하고, 프랑스·독일과도 첫 양자회담을 실시하는 등 외교 네트워크를 다변화하는 성과도 거뒀다. 인도·브라질·일본·중국 등 주요국과의 소규모 회담도 잇따라 열어 향후 경제·정치 협력의 폭을 넓혔다.
이번 순방을 끝으로 올해 다자외교 일정을 마무리한 이 대통령은 “자유무역 질서가 모든 국가의 번영을 가능하게 한다”며 협력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한국이 중견국 외교를 통해 새로운 외교 공간을 개척하고, 실리 중심 경제외교로 국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뚜렷하게 드러난 일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