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일자리센터상담사 김소희
3월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추운 어느 날,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분께서 수원일자리센터에 방문하셨다. 조금은 쑥스럽고 긴장된 모습으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일자리가 있는지 궁금해 하셨다.

51세의 나이로 서울의 우수한 대학을 졸업하시고 대기업을 다니다가 퇴직한 뒤 사업을 하게 되었는데 사업이 어려워지자 정리하고 지금은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하시며 마땅한 일자리가 없더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꼭 당부하시는 말씀이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도 괜찮습니다. 야간에 하는 일도 괜찮고 경비라도 괜찮습니다.’ 라면서 간절한 부탁을 하셨다.

그런데 구직자분의 말씀을 듣자니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정말 높이 살만하지만 50대 초반이라는 나이와 경력을 살릴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좀 더 자신의 경력과 스펙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이 필요함에도 그런 내·외적 조건이 이루어지지 못함에 있어 컨설턴트로서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2050년이 되면 지금 40대 평균수명이 150세로 예측된다고 한다. 평생고용이나.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금 개개인은 이전보다 훨씬 더 세밀한 관심과 계획을 갖고 스스로를 관리하여야 하며, 40대, 50대 이후의 인생 후반을 살기 위해서 전직은 이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직장인’ 보다는 ‘직업인’ 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시켜야 함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인지 수원일자리센터에 근무하며 다양한 구직자들을 만나고 다양한 입장을 듣게 되면서 직장과 고용의 개념이 완전히 새롭게 자리 잡고 있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으면 도둑)’ 이라는 신조어들에 알 수 있듯이 40대 이후는 직장과 직업을 바꾸기 위한 전직의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울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전직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또한 퇴직 후에 곧바로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생각이기에 다음 직업을 찾기 위한 올바른 발걸음을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일단은 정확한 자기이해와 자기진단이 필요하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등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혼자서 결정하기가 어렵다면 직업상담을 통해서 알아 볼 수 있다. 요즘은 직업상담을 할 수 있는 기관도 많이 있고 심리검사나 프로그램이 많이 있어서 주변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런 준비과정을 통해 나와 맞는 직업, 인생의 후반기에 할 수 있는 직업을 단계적으로 찾아보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미래학자들에 의하면 사람들은 120세까지 직업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40대 이후부터는 8번 이상 직업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길어지는 수명만큼 나이에 맞는 직업을 찾는 일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성공으로 다가올 것이다. 변화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며 과도기의 고통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전직하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찾아 나서는 문제뿐만 아니라 그것은 인생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자신을 만들어가고 이전의 선호와 가치관을 새롭게 환경에 적응시키냐 하는 문제와도 결부시킬 수 있다. 우리는 위기와 변화의 과정에서 실천을 통해서만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과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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