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된 가운데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대표이사)이 갑작스러운 사의를 표명, 다시한번 삼성호(號)가 격랑을 맞게 됐다.

외견상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겠으나, 내우외환에 처한 삼성을 재탱해줄 중심 축이 이탈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도 존재하기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는 13일 3분기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직후 권 부회장 사퇴 발표를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와병과 실질적 승계자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에 이어 권오현 부회장의 사퇴로 '부회장'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되는 사태에 직면했다.

권 부회장은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용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권 부회장은 "삼성에 몸담아 온 지난 32년 연구원으로 또 경영의 일선에서 우리 반도체가 세계 일등으로 성장해 온 과정에 참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반도체 전문가'로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아온 권 부회장의 사의 표명 소식에 삼성전자는 충격에 빠진 상태다.

권 부회장은 이 부회장 부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이나 방미경제사절단에 삼성전자 대표로 참석하는 등 선장 역할을 해왔다.

권 부회장이 자진 사퇴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리더십 공백 악화라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장단인사가 이뤄져 조직이 다시 진용을 갖추기 전까지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이 부회장 구속 등으로 사장단인사를 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11월 내 조기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져 왔었다.

현재 DS부문 반도체사업총괄 사장을 맡고 있는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이 DS부문장으로 올라서며 반도체 부문에서 '포스트 권오현' 체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

삼성전자는 당장 연말까지는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CE·소비자가전)-신종균 대표이사 사장(IM·IT모바일)-김기남 사장(DS)의 삼각편대로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한다. 공석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새로운 인물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권 부회장은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나기로 했다.

리더십 공백이 가중된 삼성이 과거 정부하에서 비롯된 CEO 부재상태에서 벗어나 새 정부의 적폐청산 기치를 뚫고 정상화 수순에 들어갈 수 있을 때가 언제일런지는 현재로선 점치기 어렵다. 더욱이 권 부회장의 말처럼, 현재의 적잖은 이익이 과거 투자의 결실일 뿐, 언제까지 새로운 산업환경 속에서 이어가리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권 부회장의 '용퇴'는 한편으론, 삼성이 국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않은 점을 고려하면 삼성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는 것만이 동반 성장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 호소하며 자신의 용퇴로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항거'이자 '읍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