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은 개인이 받지만 영광은 모든 부대원들과 나누고 싶다"

▲ 2017 탑건 김상원 소령
【서울=서울뉴스통신】 조필행 기자 = ‘공군 최고의 공중 명사수’ 칭호로 보라매 공중사격대회 최고 득점자에게 주어지는 ‘2017 탑건(Top Gun)’의 영예는 총 1000점 만점에 995점을 획득한 공군 제38전투비행전대 소속 KF-16 전투조종사 김상원 소령(만 37세· 공사 51기)이 수상해 대통령상을 수여받았다.

김상원 소령은 공군 제38전투비행전대 111전투비행대대 1편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김 소령은 KF-16 조종사로서 1500시간의 비행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대에서는 교관 전투조종사로서 강인한 후배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한편으로 집에서는 아들, 딸 그리고 아내에게 믿음직한 가장이 되고 싶은 평범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2017 탑건' 김상원 소령으로부터 수상소감과 탑건이 되기까지의 궁금한 것에 대해 들어보았다.

-현재 부대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중인지

현재 1편대장으로서 비행표준화와 평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비행임무수행을 위한 각종 절차 및 전술을 최선의 방향으로 통일하고 있으며, 전투임무수행의 전술적용을 위한 지식함양과 임무수행능력, 그리고 비행기량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엄정한 평가를 통해 미흡사항을 보완, 발전시키고 상이한 부분을 다시 표준화하는 것이 업무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이 밖에도 전자전/사격훈련, 도서관리, 체육활동 등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교관조종사로서 비행승급훈련 등 후배 양성교육의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유사시 언제든지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조종사의 기본역량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탑건으로 선발된 소감은

탑건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감사’다. 사격대회에서 개인의 노력은 작은 밑바탕일 뿐, 좋은 성적과 결과를 얻기 위해준비하는 모든 구성원의 노력과 헌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대장님, 대대장님의 따뜻한 관심과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상의 훈련여건 조성을 위해 배려해준 작전계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한 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비·무장 요원의 전문성에 감사드린다. 복잡하고 치밀한 사격대회 준비에 리더를 믿고 불평불만 없이 따라와 준 편조원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묵묵히 기도로써 성원해 준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어려서부터 비행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지 또는 공군사관학교 입학 계기

고등학생 때 입시를 준비하며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군인의 삶에 매력을 느껴 사관학교 진학을 결정했다. 부모님, 선생님과의 상담, 그리고 주변에 계시던 공군 선배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공군의 가치와 비전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 전장을 주도하는 항공 전력을 운영하며 구성원의 전문성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공군의 매력에 빠져 공군사관학교 진학을 결정했다.

군인의 삶이 먼저였기에 비행에 대한 관심은 사관학교 졸업 후 비행훈련을 시작하며 생겨났다. 인간의 태생적 육체 한계를 극복하고 하늘을 난다는 것, 3차원 공간을 관리하며 그 어느 직업보다도 신속한 판단력과 상황파악 능력을 갖춰야하고,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매일 하늘을 누빈다는 사실은 비행을 시작한지 13년이 지났음에도 매일 제 가슴을 뛰고 요동치게 하는 비행의 가장 큰 매력이다.

- 과거 비행교육부터 현재까지 맡은 임무

2004년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하고 비행훈련에 입과하여 훈련조종사로서 T-41B, KT-1, T-38A를 탑승했다. 이후 F-5E/F CRT 과정을 마치고 2006년 20전투비행단 120대대에서 KF-16 전투조종사로서 첫 임무를 시작했다. 2010년 20전투비행단 157대대에서 근무하던 중에는 대한민국 공군 우주인후보로 선발되었고, 2012년 한미 연합사령부 정보참모부 근무를 마치고 공군 우주인후보 자질함양을 위해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 항공우주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대학원 졸업 후 군산기지 38전투비행전대로 전입하여 작전과장을 거쳐 지금은 비행대대 1편대장으로서 우리나라 영공방위의 최일선에서 근무 중이다.

- 비행하면서 가장 힘들거나 어려웠던 적은 언제

2015년 보라매 공중사격대회가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다. 처음 출전한 사격대회였고, 대대원, 편조원, 정비/무장사 요원 모두가 힘을 합쳐 성실히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아 미안한 마음으로 연말을 보냈다. 하지만 실패의 경험이 없었다면 올해의 값진 성과도 없었을 것이다. 성공과 실패에 대해 일희일비 하지않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평범한 인생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대회였다.

비행 인생에 대한 고민과 고통은 동료가 순직했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온다. 해외에 있는 2년 사이에 동기생 두 명을 비행사고로 떠나보냈다. 비행사고를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할 지인도 없는 물리적인 거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혼자 오열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떠나보낸 동기생의 몫까지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매년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하여 되새기고 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이번 사격대회 상금을‘공군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함은 그 다짐의 일환으로 생각해주었면 좋겠다.

- 대표적으로 참여했던 연합·해외·대규모 훈련은 어떤 것

2017년은 전투조종사로서 여러 훈련을 경험한 뜻깊은 한 해였다. 2월, 3월 합동임관식과 공사졸업식 축하비행에 참가했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축하비행을 통해 국민과 소통할 수 있었던 기회였으며 대한민국 공군 핵심가치 중 ‘팀워크’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준 행사였다. 4월에는 2017년 통합화력격멸훈련’에 참가했다. ‘전시 공군, 육군, 미군 전력의 합동/연합방위태세 구현’이라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승진과학화 훈련장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적의 불법 남침에 대응하여 가상의 적 핵심시설(지휘시설)을 타격하는 임무를 맡았다. KF-16 3기 리더로서 공대지 폭탄을 투하하는 순간에는 전투조종사로서의 존재가치를 깨닫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올해 조종사로서 연합작전수행능력을 한층 더 신장시킨 한 해였다. 먼저 한미 공군 간 대규모 항공전역 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에 참가했다. 특히 제가 근무하는 군산기지에서 2년 연속으로 훈련이 진행됨에 따라 가장 가까이 그리고 가장 많은 비행훈련을 경험할 수 있었다. 6월에는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ed Flag-Alaska) 훈련에 참가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실시된 다국적 연합훈련을 통해 최신전술 습득하고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어 조종사로서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였다. 특히 훈련 중 주어진 임무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총괄하는 패키지 커맨더(Package Commander) 훈련 중 다양한 임무 가운데 한 가지 part를 맡아서 총괄하고 추진하는 역할로서 다국적군 전력을 구성된 편대군을 이끌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최근 한미 공군의 전시 연합작전 수행능력 향상을 목표로 실시된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에 참가했다. 특히 올해는 F-22, F-35A/B를 포함하여 230여대의 항공전력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 훈련으로 진행되었으며, 제가 근무하고 있는 38전투비행전대는 전시출격훈련을 병행하며 전시를 가정한 가장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수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은 무엇

2009년 비상출격이다. 예고 없이 하달 된 비상출격명령에 따라 주어진 시간 내 이륙하여 전술조치를 위해 NLL을 향해 전술속도를 유지하여 북상했다.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는 빠른 속도로 남하하는 북한 전투기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했고 우리 전투기는 레이다를 통해 적기를 식별했다.

평소 적기는 NLL 북쪽 일정거리까지 다다른 후 다시 북상했으나, 이 날은 기수를 돌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남하했다. 그때 이것이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임을 직감했다. 이어 레이다상으로 적기가 일정 거리로 가까워지자, 오른손은 적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공대공 미사일 발사를 준비함과 동시에 적기로부터 발사될 지도 모르는 미사일을 확인하기 위해 레이다 경보 수신기를 번갈아 확인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삶’‘죽음’‘가족’ 같은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누가 먼저 NLL을 침범할지 모르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적기는 다시 기수를 돌려 북으로 돌아갔고 우리도 남쪽으로 기수를 돌리고 나서야 한숨 돌렸다. 비록 10분여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날의 경험이 군인이자 전투조종사로서 삶과 임무에 임하는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 수상경력은

수상은 △2006년 6월 7일 참모총장 상장(2006-1차 고등비행훈련 과정) △2006년 11월 24일 작전사령관 상장(2006-1차 전환 및 작전가능과정) △2008년 2월 13일 작전사령관 상장(2008-3차 공지합동작전 장교과정) △2009년 2월 6일 작전사령관 상장(2009-1차 전자전 초급 교유과정) △2009년 8월 31일 공군대학총장 상장(203기 초급지휘관참모과정(SOC)) △2011년 1월 28일 작전사령관 표창(KF-16 전환 및 작전가능 교육과정 우수교관) △2015년 4월 3일 2015년 장교합동임관식 행사지원 유공 △2015년 7월 27일 안전표창(111대대 7만시간 무사고 비행기록 수립 유공) △2017년 4월 26일 합참의장 표창(2017년 통합화력격멸훈련 유공) △2017년 6월 29일 합참의장 표창(Red Flag-Alaska 훈련참가 유공) 등이다.

- 평소 자기관리와 좌우명은

전투조종사에게 체력과 정신력은 기본이다. 근육량은 비교적 충분하여 유산소 운동과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스트레칭에 집중하는 편이다. 혹서기/혹한기를 제외하고는 걸어서 출퇴근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과 산책을 즐긴다. 평소 아내가 스트레칭을 좋아해 집에서 함께 요가와 스트레칭 등 커플운동을 한다.

업무적으로는 자기관리를 하고자 항상 노력한다. 나른해지고 게을러지려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새로운 목표와 기준을 세워 채찍질하고, 조직 내에서는 부끄럽지 않은 선배이자 후배가 되기 위해 자신에게 엄격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조종사로서 본 임무에 집중하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자 독서를 꾸준히 하는데 특히 사회과학과 인문서적을 즐겨본다.

거창한 좌우명은 없다. 다만 평소에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문구는 있다. '어둠속에서 태양이 있음을 믿노라, 느껴지지 않지만 사랑이 있음을 믿노라, 침묵 가운데도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믿노라' 세계 2차 대전 중 자행된 유태인 학살 후 수용소 벽에 쓰여 있었던 시구라고 알고 있다. 인생은 위기의 연속이다. 이때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믿음을 지니고 싶어 마음속에 새겨놓은 문구다.

- 가족·부대원들에게 한마디

앞서 말씀드렸듯이 탑건 수상은 개인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지휘관의 관심, 믿음직한 편조원, 정비·무장사 요원들의 전문성 그리고 행운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하나 될 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상은 개인이 받지만 영광은 모든 부대원들과 나누고 싶다.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매일 밤 저에게 탑건이 될 것 같다고 웃는 얼굴로 응원해주고, 집에 오면 비행준비에 피곤할까봐 작은 일도 시키지 않고,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항상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주며, 넓은 마음으로 남편을 항상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이 자리를 빌려 전한다. 그리고 한없이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단엘이, 딸 노엘이 역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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