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보고서, '암호자산과 중앙은행'에서 분석

▲ (자료 = 한국은행)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올 초까지 급등세(1월 7일 최고치 2523만원)를 보이던 비트코인 국내 가격 하락세에 이어 국내외 가격차가 축소되는 가운데 "암호자산이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암호자산과 중앙은행'에서다.

암호자산은 "분산원장 및 암호화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에 의해 발행되어 대금결제 또는 투자대상 등으로 쓰이는 것"을 통칭한다. 이 보고서는 암호자산의 성격 및 자격에 대한 주요 논의가 이루어진 것을 설명한 후,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분산원장 및 암호화 기술에 기반한 비트코인과 1600여 종의 신종 코인들은 지급수단, 어플리케이션 이용수단, 자산증표 등 그 기능 및 용도가 매우 다양한 가운데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종류도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있다.

국제기구 등은 이들 코인이 제3자 중개기관의 개입 없이 가치를 이전하는 구조를 가지며, 화폐 또는 지급수단으로 일부 기능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용어로 이들을 지칭해 왔다.

IMF는 실물 없이 가상으로 존재하고 법화와의 교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여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라고 표현하였고, BIS는 디지털 형태로 표시되며 일부 화폐적 특성을 지닌 자산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여 디지털통화(digital currency)로 분류했다.

일부에서는 암호화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특성을 강조하기위해 암호통화(crypto-currency)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20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공동선언문 등 최근 국제사회는 비트코인 등이 △ 화폐로서의 핵심 특성을 결여하고 있는 데다 △ Currency라는 명칭으로 인해 일반대중에게 화폐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고 △ 현실에서 주로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암호자산(crypto-asset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암호자산인 비트코인의 국제가격은 2018년 5월말 7494달러로 2016년말(964달러) 대비 677.4% 상승했다.  전 세계 암호자산 거래의 결제수단별 비중(3월 6일부터 5월 31일 중)은 엔화(33.9%), 달러화(23.9%), 테더(17.4%), 비트코인(11.8%), 원화(6.8%) 등의 순이다.

(자료 = 한국은행)

국내(원화)의 경우 비트코인의 거래비중이 낮은 반면 리플 등의 거래비중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2018년 1분기중 비트코인 가격의 일평균 변동률은 4.7%로 금(0.5%), 달러화(0.3%)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내 암호자산 거래는 대부분 4~5개 정도의 대형 교환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경제적 성격 및 법적 성격
암호자산이 화폐나 지급수단으로 기능하는지에 대해 개발자와 중앙은행 등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암호자산 개발자들은 암호자산이 법화의 경쟁재 또는 대체재라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화폐의 기본 기능을 교환의 매개수단이라고 보고 금융기관을 배제한 당사자끼리의 지급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본 등 다수의 중앙은행들은 암호자산이 화폐가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견지했다.

국제기구 등의 의견을 살펴보면, IMF, BIS 등의 연구자들은 암호자산이 가치를 전자적으로 표시하고 있으나, 높은 가격 변동성 등으로 인해 계산 단위와 교환의 매개수단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표명한다.

과세당국의 해석에 따르면, 주요국들은 세법상 암호자산의 성격을 자산, 상품, 지급수단 등 다양하게 해석하여 각각의 경우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다.

미국은 암호자산을 세법상 자산으로 보고 매매 등과 관련해 발생한 소득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일본은 기타소득으로 인정하여 과세한다.

국제적으로 암호자산의 법적 성격을 규정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 일본은 암호자산 교환소 파산에 따른 대규모 소비자 피해 발생을 계기로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2017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이 법에서는 암호자산의 성격을 정의하기보다는 현실에서 암호자산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고 있다.

현행 국내법상 암호자산은 화폐, 전자지급수단, 금융투자상품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유형적인 실체 없이 전자적 정보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독립적인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상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요국들은 암호자산의 성격을 일의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점, 암호자산에 대한 입법이 동 자산을 공인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대체로 기존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분야별로 대응하고 있다.

(자료 = 한국은행)

◆ 지급수단으로서의 자격
암호자산의 지급수단으로서의 자격을 BIS 지급결제 및 시장인프라위원회CPMI 가 제시한 분석틀을 활용해 안전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점검했다.

먼저 안전성에서 운영리스크, 법적리스크, 지배구조 문제로 나누어 살폈다.

운영리스크 측면에서 암호자산 지급결제 매커니즘은 중앙의 운영기관을 배제하고 다수 참가자들이 시스템 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특성으로 인해 일부 참가자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된다.
이에 반해 중앙운영기관이 존재하는 기존 지급결제시스템은 일부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전체 시스템의 운영 또는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는 단일실패점이 존재한다.

한편,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정보의 위.변조 방지와 관련해 보안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교환소가 운영하는 로컬 플랫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해킹 등으로 운영 장애 및 고객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법적리스크 측면에서 암호자산은 법적 기반이 미비한 가운데 국경을 넘어 익명으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탈세,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이용 등 불법 행위와 연관될 경우 해당 거래를 추적하기 쉽지 않다. 특히 암호자산에 대한 국가별 규제가 상이할 경우 불법 행위와 관련된 거래의 추적 및 규제 적용 등이 더욱 복잡해 질 수 있다.

지배구조문제 측면에서 암호자산 지급결제 메커니즘은 중앙운영기관을 배제하는 가운데 다수가 시스템 운영에 참가하기 때문에 참가자 간 이해 상충시 이를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안정성 및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시스템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참가자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신속한 대응이 제약된다.

또한 암호자산의 소유와 시스템 운영이 소수의 개발자 및 채굴자 집단에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채굴자가 높은 이체수수료가 제시된 거래를 우선적으로 처리할 경우 여타 거래들의 처리가 지연될 수 있는 등 시스템의 신뢰성과 효율성이 저해될 소지가 있다.

다음 효율성 측면이다. 처리 소요시간과 건당 처리비용, 사회적 비용, 이용자 편의성을 살폈다. 처리 소요시간으로 암호자산을 이용한 P2P 거래는 별도의 청산 결제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점이 있지만,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확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암호자산 이체거래가 취소불가능 상태에 이르기 위해 일정 시간이 경과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의 경우 최소 6개의 블록이 형성되는데 평균 1시간이 걸려 기술적으로 취소가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호자산 지급결제 메커니즘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거래량 증가시 처리 소요시간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건당 처리비용으로 암호자산의 이체수수료는 기본적으로 지급인이 정하는데 신속한 이체 처리를 원하는 경우 높은 수수료를 제시한다. 이체 수수료가 암호자산으로 표시됨에 따라 암호자산의 가격 변동에도 영향을 받는다.

사회적 비용을 살펴보면, 암호자산은 기록확정 작업과 관련한 채굴자의 과도한 전력 소모 등 높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투자은행에 따르면 2018년 중 전 세계 채굴자들의 예상 전력소모량은 120~140테라 와트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 전체 전력 소모량 정도다.

다만 암호자산 지급결제 메커니즘은 기본적으로 제3자 중개기관을 필요로 하지 않아 이를 구축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이용자 편의성을 살펴보면, 암호자산을 지급거래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암호자산 지갑을 모바일 기기에 설치하는 과정 등이 필요한데,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등은 암호자산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화폐로서의 자격
암호자산이 화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화폐로서의 자격'은 교환의 매개수단, 계산단위, 가치의 저장수단 등 화폐의 기능에 비추어 점검했다.

먼저, 화폐가 교환의 매개수단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휴대의 편의성과 광범위한 수용성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호자산은 가치의 변동이 매우 크고 통용에 대한 법적 강제력이 없어 단기간 내에 광범위한 수용성을 갖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현시점에서의 현금, 신용카드 등 기존 지급수단에 비해 거래비용, 가치의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다. 다만 암호자산은 중개은행을 배제하고 이체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간 송금과 같은 제한적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지급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 화폐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고 모든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을 표시하는 계산단위의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암호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 등으로 인해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로서의 역할으 수행하기 어렵다. 중앙은행이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화폐와 달리 암호자산은 알고리즘에 의해 사전에 공급량이 정해지므로 가격 불안정성을 해소하기도 어렵다.

마지막으로, 화폐가 가치의 저장수단인 이유는 높은 유동성과 가치의 안정성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유동성이란 특정 자산이 적은 거래비용으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화폐는 그 자체가 교환의 매개수단이므로 유동성이 가장 높은 자산이다. 암호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가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가치 저장기능을 수행하는데 제약이 크다.

이와같은 이유로 보고서는 "암호자산이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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