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기자회견, 한미 금리 역전폭 0.5%p 유지… 고용부진에 미·중 무역전쟁 부담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연 1.50% 동결'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한국은행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1.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사상최저 금리보다 겨우 한 단계 높은 수준인 0.25%포인트 인상된 이후 8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은은 이로써 다섯 번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정책금리와의 차이는 0.5%포인트로 유지됐다. 한미 정책금리는 올해 3월에 뒤집혔고 6월에 연준이 금리를 재차 올리며 역전폭이 커졌다.

그간 금융시장에서는 이번에 금리 동결이 될 것이라고 유력하게 내다봤다. 부진한 경제지표가 이번 '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수출, 소비, 투자 등에서 이상징후가 감지되었다.

지난달 수출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설비투자는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소비심리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10만6000명 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의 취업자 증가 폭을 기록했다. 고용 흐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악으로 평가된다.

미·중 양국은 지난 6일(미 동부시간) 34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10일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무역갈등은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치명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국은행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를 유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세계경제와 국내경제 그리고 소비자물가와 금융시장에서의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을 관측한 부분 등 4가지의 경우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세계경제는 건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무역분쟁 우려, 미 달러화 강세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됐다. 앞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세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미국 정부 정책방향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경제는 설비 및 건설 투자의 조정이 지속되었으나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4월 전망경로를 소폭 하회하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둔화되겠으나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이 큰 폭 상승하였으나 농축산물가격의 상승세 둔화 등으로 1%대 중반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한 지수인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대 초반으로 하락하였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을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목표수준에 점차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여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원/달러 환율은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큰 폭 상승했다. 주가와 장기시장금리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증대로 상당폭 하락하였다. 가계대출은 6월 중 증가규모가 다소 축소되었으나 예년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였다. 주택가격은 보합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맺었다.

한편 오전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일형위원 단 한 명만이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자는 소수의견을 냈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