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세 번째 수축국면…'보호무역주의 확대' 로 교역둔화

▲ (자료 제공 = 한국은행)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최근 글로벌 제조업 생산 둔화세가 지난 2015년 중국 경기 둔화 당시보다 1.5배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최근 글로벌 제조업 생산 부진 현황과 배경 및 시사점'을 보면 글로벌 제조업 수축 속도는 지난 2017년 12월 이후 최근까지 산업생산증가율(3개월이동평균)의 월평균 하락폭은 0.16%p로 중국 경기가 둔화됐던 2014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하락폭 0.11%p에 비해 1.5배 빠르게 하락했다.

월평균 기준 순환변동치의 하락폭도 직전 Ⅱ국면의 1.6배 수준이다. 최근 산업생산증가율은 고점 4%에서 저점 1.3%로 2014년~2016년 고점 3.2%에서 0.9%보다 수축세가 강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분쟁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교역 및 투자와 연관성이 높은 품목 및 국가에서 부진을 주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미·중간 관세 인상 품목은 물론 여타 업종에서도 교역이 위축되는 등 무역분쟁의 영향이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최근 글로벌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부터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으며, 올 5월 중 글로벌 제조업 생산 증가율 3개월 이동평균은 1.3%로 두 차례 수축국면의 최저수준(2012년 수축국면: 0.5%, 2015년 수축국면: 0.9%)에 근접하였다"면서 "제조업 생산 부진 정도는 금융위기 이후 3번의 글로벌 제조업 생산의 수축국면(contraction) 중 이전 두 차례의 중간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2012년경(Ⅰ수축국면)에는 유럽재정위기 영향 등으로, 2015년경(Ⅱ수축국면)에는 중국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부진했다. Ⅰ국면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회복기 이후 다시 조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유럽재정위기가 발발하면서 하락폭이 더욱 확대됐다.

제조업 PMI(3개월이동평균)의 경우 금년 7월중 49.5를 기록하여 Ⅰ국면 저점(48.8)보다는 다소 높지만 Ⅱ국면 저점(50.2)을 하회했다.

최근 글로벌 제조업 생산은 교역 및 투자와 연관성이 높은 품목 및 국가에서 부진을 주도하였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기계장비 생산 증가율이 글로벌 투자 축소 등으로 지난해 1/4분기 이후 크게 하락했으며 경기동행성이 낮은 자동차도 친환경 생산체제 전환에 따른 생산차질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부진했다.

가공단계별로는 소비재가 확장적 거시정책, 고용 여건 개선 등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인 반면 자본재 및 중간재의 경우 구매관리자지수(PMI)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PMI란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출하 정도 등을 조사해 수치화한 기업의 생산 업황을 말한다. 통상 50이상이면 경기의 확장, 미만일 경우 수축을 의미한다.

국가별로는 주요국들의 생산이 동시에 부진했던 과거 수축국면과 달리 최근 수축국면에서는 유로지역과 일본의 둔화세가 뚜렷한 양상을 보였다.

최근 제조업 생산 부진에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교역위축(무역경로)과 투자감소(불확실성 경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체계 약화도 교역 및 생산을 더욱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미·중간 통상갈등이 불거지면서 교역신장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 투자 부진으로 자본재 및 중간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이 빠르게 둔화되었다"면서 "선진국과 신흥국간 분업체계 약화는 GVC 참여도가 높은 국가나 신흥국에 자본재를 수출하는 국가의 교역 및 생산 증가율 하락폭을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 여건을 보면 최근까지도 글로벌 보호무역기조가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해 글로벌 제조업 생산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대체국 및 자국으로의 생산공장 이전 등 글로벌 공급체인의 조정을 수반할 경우 제조업 생산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제조업 생산 부진이 보호무역기조 강화 및 글로벌 공급체계 약화 등 통상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 시계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 노력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료 제공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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