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훈 "은퇴는 자유롭게 살라고 준 선물…치매 걸리기 전에·다리 떨리기 전에 여행 떠나자" 제안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니스트인 안정훈 작가.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은퇴는 여행하기 딱 좋은 기회"

15일 교보문고 여행 주간베스트 1위로 안정훈 작가가 쓴 세계일주 여행기 '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라온북·1만7000원)'가 차지했다.

뉴스로 칼럼니스트인 작가 안정훈은 "퇴직하고 나서도 10년 동안 완전한 은퇴가 아니라 반퇴로 살았다"면서 "은퇴는 가족에 대한 의무를 잘 마쳤으니 자유롭게 살라고 준 선물인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평범하고 성실하게 일생을 살아온 시니어들에게 "치매 걸리기 전에, 다리 떨리기 전에 여행 떠나자"고 제안한다. "한 손에는 여권, 한 손에는 배낭 하나 매고 비행기 표를 끊어 무작정 떠나라"고 강조했다.

그도 별다른 계획없이 2018년 봄에 갑작스럽게 끊었던 러시아행 티켓 한 장으로 여행을 시작했다고 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하다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오대양 육대주를 누빈 729일간의 세계일주로 넓혀갔다고 했다.

그는 은퇴자에게 "체력, 외국어, 앱 사용법, 경험, 옷가지, 밑반찬 걱정일랑 다 던져 버려라"고 조언했다. "체력이 안 되면 놀다 쉬다 이웃 동네 마실 가듯 살방살방 다니면 된다"면서 "외국어 때문에 고생한 사람은 있어도 여행을 포기한 사람은 못 봤다"고 충고했다.

세계 여행하다 마음대로 안되는 상황에 처할경우 "젠장할! 우라질! 오 마이 갓! 썬 오브 비치!" 한번 크게 외치고 다시 여행을 시작하면 된다고 비법을 소개했다.

아울러 그만의 나홀로 여행 비법은 무대책, 무계획인 '스펙터클 미친 여행'으로 요약했다.

안정훈 작가가 쓴 세계일주 여행기 '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라온북·1만7000원)'.

그는 "인생의 1쿼터는 예고편이고, 2쿼터가 본방이다"라며 "나의 가장 큰 실수는 내가 사형수인데 무기수라고 착각하고 산것"이라고 그의 삶을 죄수에 비유했다.

그는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이지만 세계여행을 하다 보니 당뇨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혈압약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 여행의 장점을 설명했다.

여행 시작하고 한 달 만에 처방 받아간 고혈압과 당뇨병 약이 떨어졌을때 "걷기 치료가 최고"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걷고 또 걸었다고 했다.

 힘들 때마다 아브라함 링컨이 말했다는 "I am a slow walker but I never walk back.(나는 천천히 걷지만 결코 뒷걸음치지 않는다)"를 마법사의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다. 다행히 크게 아프지 않고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제게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 불면증, 족저근막염, 신경성 장염과 만성 피로와 무기력증, 다뇨증이 있습니다. 2시간마다 화장실을 가야하니 장거리 버스 타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폭탄주와 흡연, '피곤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답답한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죽기 전에 100개 나라는 가보고 죽자는 몽상(夢想)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만 65세가 됐을 때 이젠 정말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작정했다고 했다.

여행의 발단은 친구들과 함께 삼국지역사무대를 둘러보는 중국여행을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드 사태'로 무산되면서 미리 잡아둔 휴가일정이 아까워 시베리아 여행이나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다.

젊은 시절 감명받아 4번이나 보았던 오마 샤리프 주연의 영화 '닥터 지바고'의 무대가 바로 시베리아였다. 블라디보스톡에서 횡단 열차를 타고 바이칼호수를 거쳐 러시아의 맨 서쪽 땅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간 여정은 순조로왔다.

페테르부르크에서 핀란드까지 버스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저렴한 비용으로 스칸디나비아반도와 발칸제국을 여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결국 그는 가족에게 여행을 연장하겠다는 뜻을 알렸고 다니던 회사엔 사표를 던졌다. 철부지 시니어의 배가본드 배낭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계획도 없고 준비도 없는 729일간의 '무대뽀' 여행이었어요. 매일 헤매고 실수하고 당하고 뻘짓하고 다녔지요. 노트북, 핸드폰, 파워뱅크, 배낭, 피같은 달러를 잃어 버리고 도둑 맞았구요. 심지어 위조지폐 사기도 두 번이나 당했어요. 여권도 2번이나 잃어 버렸다니까요. 내가 잘난 줄 알고 살았는데 세상에 나같은 바보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를 알게돼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는 "힘들어도 쉬지 않고 걸을수 있는 다리에 감사했어요. 수많은 위험과 짜증나는 상황을 운좋게 극복한 것에도 감사했고요. 사유와 성찰의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가 원웨이 티켓을 끊어서 돌아다닌 곳은 시베리아, 스플리트, 산티아고, 카사블랑카, 아바나, 파타고니아, 리우, 바라나시, 바간 등 '버킷리스트'에 담아두었던 세계 곳곳의 도시를 하나씩 점령했다.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 남미의 이과수 폭포와 파타고니아의 황량한 벌판 그리고 볼리비아 우유 소금 사막, 네팔의 히말라야, 인도의 갠지스 강 같은 대자연은 우리가 얼마나 깃털같은 존재에 불과한 것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거대한 유적과 유물을 보면서 인간의 탐욕과 과시욕에 새삼 혀를 내둘렀다.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네팔의 히말라야를 등정한 안정훈 작가.

그의 여정은 2019년 2월부터 10월까지 '글로벌웹진' 뉴스로에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라는 칼럼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죽을 때까지 여행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가 쓴 한권의 책을 선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제 약속을 지켰으니 행복합니다"

그는 올 봄 또다른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유럽 끝까지 자동차로 7개월을 달리는 유라시아 횡단 대장정이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철부지 시니어 3명을 새롭게 가세시켰다고 했다.

▲ 15일 교보문고 여행 주간베스트 1위로 안정훈 작가가 쓴 세계일주 여행기 '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가 차지했다.(사진 =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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