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한의학 치료 영역…기회 주지 않아 아쉬움"

정진용 원장이 서울뉴스통신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사람의 인생은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계속 배워야한다는 뜻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의든 타의든 끊임없이 배워갈 수밖에 없는 인간을 빗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의학은 수백년의 세월 동안 우리 민족 고유의 의학으로 자리 잡아 아픈 환자들을 치료해왔다. 구한말에 양의학이 들어오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비록 현 일상에서 한의학의 흔적들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으나, 그 전통과 역량은 여전히 큰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근래엔 전통이란 가치를 뛰어넘어 한의학에서도 양의학의 기구를 사용하거나 새로운 학문을 창시하는 등,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진용 수원경희화인한의원 원장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 경희대에 입학, 한의학을 전공해 석·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내공있는 한의사이다. 본래 한의사의 꿈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어머님이 자신을 위해 계속 기도하는 것을 보고 그도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고 섬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요즘도 환자들과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배움을 열망하며 더욱 심도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정진용 원장은 한편으론 현 세태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는데, “급성 전염성 질환 등이 계속해서 우리나라에 발병하고 있어 큰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분명 한의학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함에도 기회를 주지 않아 아쉽다”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한의학도 계속해서 배움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처우 개선을 바라고 있다”라고 밝혔다. 

 

팬데믹 상황에서 임상경험 축적된 한의약 필요해
몸 전체를 보는 한의학은 양의학과 상호 보완작용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초중고(학동초, 언주중, 중동고)를 서울에서 나왔고, 1996년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했으며, 석사는 경희대 대학원 내과(폐장호흡내과)에서, 박사는 경희대 응용의학대학원(신약개발)에서 학위를 마쳤다. 학교 졸업 후에는 몇 개월을 수원에서 부원장으로 근무하다가 군전공의제도(공중보건한의사제도가 정착되기 전 과도기적인 제도로 1년 이상 지정병원에서 수련한 사람에 한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로 지원할 수 있는)에 편입되어 1년 정도 분당차한방병원(현재는 경희대와 차병원의 협력관계 종료로 없어짐)에서 일반수련의를 지냈다. 그 후 한의사로는 처음으로 공중보건의가 되어 3년 동안 경기도 화성시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했다. 그리고나서 2001년 9월경 현재의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 경희화인한의원을 개원해서 지금까지 약 22년간 임상한의사로 지내왔다. 수원시한의사회 회무는 개원초기에 잠시 참여했다가 2020년 현 최병준 회장이 3년간 재선임 되면서 수석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 한의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만 해도 이과 전공하면 당연하게도 당시 유행하던 공학과에 진학하는 게 꿈이었는데 1년간 종로학원에서 재수를 하면서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오랜 기간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던 어머님의 기도로 누군가를 섬기는 일을 해야겠다는 비전을 갖게 되었고 의대보다는 한의대가 좀 더 적성에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집안에 한의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 한문선생님의 칠판 글씨를 바라보며 멋지게 글자를 쓰시는 모습을 동경했던 적도 있었고 재수하면서는 의대와 한의대가 같이 있던 경희대에 진학하면 동서통합의 멋진 제3의학을 만들 수 있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물론 막상 입학했을 때 느낀 이상과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 과거와 현재, 한의학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사용하는 도구도 침·뜸·부항·한약 등 거의 변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최근에는 근육을 풀어주고 염증을 줄여주는 한약을 추출해서 만든 약침액으로 경혈점을 자극하는 약침요법, 손이나 기구 등을 이용해서 경락을 자극하거나 척추교정을 통해 풀어주는 추나요법, 골타요법 등 신기술들이 임상에 적용되고 있고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 일부의 적극적인 한의사들은 현대의 과학자들이 개발해서 만든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검사기 등 의료 진단기기를 활용해서 한방 임상의 정확도를 높이고 치료를 더 잘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한의계도 환자들을 위해 보다 나은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진단 및 치료기기의 도움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한의학 치료방법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장점은.
한의학 치료방법들은 기본적으로 인간 몸의 자연치유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사혈이나 뜸 한약 등이 직접 병이 있는 부위에 작용할 수도 있지만 한의학의 기본원리가 자연 속에 있는 인간이 자연환경의 변화(육기-풍한서습조화:온도 습도 바람 등 기후조건)에 상응하면서 지나친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채우면서 자연 면역력을 회복하고 치유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어느 하나의 장기나 조직이 아닌 몸 전체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또한 몸과 마음의 균형조절도 중요한 개념인데, 특히 사상체질의학에서는 이 점을 많이 강조하고 있고 더 나아가 사회적 문제의 해결도 가능하다고 이제마 선생님은 후학들에게 알려주셨다. 문제가 있는 조직이나 기관을 제거하는 것은 수술이 발달한 의학의 장점이자 한의학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수술 이후 몸의 회복을 돕는 데는 허한 것을 보하는 한약의 도움이 있다면 후유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면서 훨씬 빠른 회복이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다. 동서양의 의학은 서로 상호보완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이 존재하듯이 한의학은 전체를 보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부분을 자세하게 보는 서양의학의 해부학적 구체성이 부족하더라도 그 나름의 충분한 역할이 가능하다.

▲ 수원시한의사회 수석부회장으로도 재임하고 있다, 어떤 부문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시의회나 보건소 등과 협조하여 수원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의학적인 것 외에도 다양한 기부 방법을 통한 지역주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나눔위원회도 구성하게 되었다.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회장님의 회무에 대해 이사진과 조율을 하면서 도움과 조언을 하고, 관내에 있는 협력업체들을 관리하여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해, 회원들의 취미활동을 개발 장려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의 민원사항이 발생하면 각 구회장님들과 수석반장님들로 구성된 자율지도위원회를 통해 해결점을 찾기도 한다. 회원들이 수원시한의사회의 회무에 관심을 갖도록 회장님과 이사님들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다 챙기려고 노력한다.

▲ 팬데믹 상황에서 한의사에 대한 처우가 미흡한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스와 메르스를 거쳐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최근 들어 급성 전염성 질환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기부터 한의사가 진료의 영역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질병관리청 복지부 등 관계기관에서 전혀 기회를 주지 않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급성기가 안된다면 최소한 후유증 관리에라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의료영역의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한의학은 상한론이나 온병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급성전염성 질환들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어 현재의 한의사들도 감기나 기타 전염성 의심 질환들에 한약처방을 응용하고 있다.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이미 임상경험이 축적된 한약들도 같이 실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호흡기내과와 신약개발 등 전공분야를 살려서 할 수만 있다면 반복적으로 유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중증 호흡기 질환 치료에 대한 연구와 한의학이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만성 호흡기질환과 폐암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 좀 더 나이 들면 연구센터를 설립해서 후학들과 함께 한의학의 치료 장점들을 개발하고 환자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 꿈을 꾸고 도전을 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