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칼럼니스트,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김영배 칼럼니스트,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김영배 칼럼니스트]   

전통을 살린 품격있는 문화도시를 꿈꾼다.

오늘날 인류의 대부분이 크고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 도시는 사람이 살면서 동시에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고 공생하는 복합적인 생활공간으로 다양한 사람의 각양각색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도시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의 애환이 쌓인 흔적이 바로 도시문화이다.

이런 도시문화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도시의 미래를 견인할 브랜드 명성도 올라가며 동시에 도시의 경쟁력도 함께 올라간다. 그래서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며 도시문화는 현대사회를 대변하는 거울과 같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후로 전국의 지역 도시들이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도시재생을 위한 환경개선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편성하여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려는 지역 도시의 환경개선 프로젝트가 경쟁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고유한 특성은 무시된 채 다른 도시들의 성공 사례를 베끼거나 모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얻고자 했던 긍정적 효과보다는 오히려 지역의 고유한 색채가 퇴색되거나 지역의 전통적 향기를 잃어버리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만의 고유 색채는 오랜 기간을 통해 형성된 역사적, 문화적, 전통적 환경요인에 필연적으로 영향받으면서 탄생한 도시 이미지이다.

이렇게 조성된 도시의 고유 색을 포기한 채 다른 도시를 무분별하게 모방하면서 도시의 개성과 지역적 차별성은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다.

특히, 서울은 천만 시민의 생활 터전이다. 그 안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엮어낸 거대한 공룡 도시 서울은 세계의 어떤 도시보다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서울 도심의 깊숙한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과거 개화 시기에 다닥다닥 지어진 주택들과 주차장 없는 좁은 골목을 새롭게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다. 골목마다 빌라형 주택을 짓는 공사현장이 즐비하다.

큰길로 나가면 건물마다 지자체의 주도로 새롭게 정비한 간판들이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서 도시 경관이 산뜻하고 세련된 듯 보인다.

그러나 모든 상점의 간판들이 같은 크기, 같은 서체, 같은 위치, 같은 모습으로 나란히 매달려 있어서 개별 상점들의 차별화 된 개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간판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소상공인들은 고객을 유인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규모의 재정을 투입한 수도 서울의 도시재생을 위한 환경개선 사업의 결과가 꼭 이런 모습이어야만 했을까?

지금까지 시행해온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행하는 과정에 도시와 도시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전문가의 손길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서 이제는 도시재생을 위한 환경개선 사업을 계획할 때 도시 정체성을 연구한 전문가의 투입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들이 사업의 기획 단계에서 마무리 단계까지 사업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지역적 특성과 전통적 가치를 살리면서 사람 살기에 편리하고 아늑한 문화도시를 조성할 수 있으며 체계적이고 감성적인 문화도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의 역량을 활용할 때 전통적 지역문화를 발굴하며 생활예술문화를 재현하고 환경자원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조화롭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도시가 환경개선 사업을 시도하면서 지역만의 차별화된 색과 맛을 지키면서 지역의 문화전통을 이어가는 일에 역량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도시의 환경개선을 계획하는 담당 사무관은 먼저, 계획의 첫 단계부터 도시와 도시문화를 연구한 전문가를 투입해야 한다.

이어서 세계 속의 한국문화가 지닌 본연의 가치와 존재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도시문화 정체성을 세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발생한 지역 간, 세대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집중해야 하며 지역의 특성과 전통적 색채에 어울리는 미래 도시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산·학·관의 원활한 교류를 통해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 시대 전국의 크고 작은 도시의 전통을 지키면서 고유한 색채를 유지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이제 지역의 작은 도시들도 미래에는 마치 '파리지앵'처럼 시민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생활문화와 예술문화, 도시문화를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문화예술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사람 사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품격있는 멋을 누리며 함께 살아갈 그런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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