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민선 8기가 출범한 지 100일도 채 안 됐다. 4년 임기의 첫걸음을 뗀 정도다. 수원특례시는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이고 수원특례시의회 의장은 국민의 힘이다. 시의회는 총의석 37석 중 국민의힘 20석, 더불어민주당 16석, 진보당 1석으로 구성됐다. 보수정당이 12년 만에 다수를 차지했다. 여소야대다. 협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협치(協治)는 일방적 통치가 아니다. 동반자적 관계로 함께 참여⦁협력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일컫는다. 취임 초 축하음악회 무대에 오른 시장과 시의장이 협치를 약속하며 서로 부둥켜안았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라고 이재준 시장이 말했다. “도울 건 돕고 비판할 건 비판하겠습니다.”라고 김기정 시의장은 화답했다. 관람석에서 시민들의 박수 소리가 유독 뜨거웠다. 모두가 제 역할을 바르게 하겠다는 다짐이다. 시민이 뽑아 준 시장과 시의장의 포옹과 대화에 동의한다는 뜻도 그 박수 소리에 담겨 있는 듯 느껴졌다. 얼마 후 김기정 시의장 제안을 곧바로 이재준 시장이 받아들였다. 지난달 30일 수원특례시 공공기관장 임용후보자 정책 검증 청문회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시의회 파견직원 실적 가점부여 등 인사운영 협약도 함께 이뤄졌다. 청문대상은 수원도시공사, 수원시정연구원, 수원문화재단, 수원컨벤션센터, 수원시청소년재단, 수원도시재단의 수장이다. 시의회는 시장이 정책검증 청문요청서를 제출하면 ‘정책검증 청문위원회’를 구성한다. 청문요청일로부터 7일 이내에 정책검증 청문을 마쳐야 한다.

청문회 실시 협약식에서 김기정 의장은 “수원시 협조가 없으면 청문회 제도 운용이 어렵다.” 면서 이재준 시장이 수원시의회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데 대해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에 이재준 시장도 화답했다. “정책 검증 청문회가 더 나은 수원시의 미래를 만들고, 더 좋은 민주주의를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원시와 수원시의회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하자고 말했다. 수원특례시 청문회는 국회 청문회를 닮지 말길 바란다. 정파를 떠나 시민의 대표로서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장으로서의 전문적인 자질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마땅하다. 합리적인 경영 의지와 안정적인 사업추진 의욕을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 자격 검증은 바람직하다.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이나 정당 간 정치 싸움은 옳지 않다. 전국 기초지자체에서처음으로 시작했다. 이게 바로 “정책 검증 청문회”라는 본보기를 제시해 주길 바란다. 올 1월에 출범한 수원특례시다. 특례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해줘야 한다. 시의원은 바로 시민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집행부가 일할 수 없게 만드는 발목잡기식 청문회가 되면 안 된다. 임용후보자를 상대로 칭찬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호통치고 몰아세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청문위원들은 처칠처럼 위트(wit)있는 언어로 임용후보자가 품고 있는 ‘운영설계도’를 입체감 있게 꽤 뚫어보는 안목도 필요하다. 대상자도 수원특례시민이자 인적자원이기에 그렇다.

이날 협약식에는 또 다른 이벤트가 분위기를 띄웠다. 협약식 기념으로 김기정 시의장은 이재준 시장에게 ‘발 동판’을 선물했다. 시민만을 위해 발로 뛰면서 시정발전을 위해 더욱 애써주기를 바라는 뜻이다. 아무리 뛰어도 달지 않는 ‘동판으로 만든 발’이다. 쉼 없이 시민 속으로 파고 들어갈 것이라 믿음이 간다. 이재준 시장은 답례로 김기정 시의장에게 ‘의사봉’을 전달했다. 수원특례시의회의 공정하고 선진적인 의정활동과 수원특례시의 미래를 함께 완성해 나가자는 의미다. 의사봉은 의결을 선포하는 상징적인 도구다. 시의장과 시장이 주고받은 기념품은 무언(無言)의 뜻을 듬뿍 담고 있다.

최근 김기정 시의장은 경기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장에 선출됐다. 그는 시군의회 의장 가운데 5선으로 최다선의원이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에 따라 주민 중심의 지방정부로의 전환이 추진되는 중요한 시기에 맡은 자리다. 수원특례시의 위상을 한껏 올려주었다. 그는 의회와 집행부는 “시민을 위해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 보완해 가면서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재준 시장이 밝힌 시정의 키워드(key word)도 ‘협치와 참여’다. 아무쪼록 생활정치 무대인 수원특례시의 시장과 시의장으로서 낯 붉히지 말고 늘 소통하고 협력하여 125만 시민으로부터 임기내내 박수받길 기대한다. 그것이 시민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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