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돌 지난 손자 녀석이 아장아장 걸어나가
하늘을 보고 손뼉을 치
하얗게 웃는다
처음 보는 눈이 신기했으리라

내 생애 하늘에서
찹쌀가루가 쏟아지기는
처음이다고했으려나

할머니 여기 온통 찹쌀가루여요
얼른 퍼다가 호박고지 켜켜이 넣고
시루 떡을 안치셔요

냉동실에도 넣었다가
동짓날 쟁반위에 옹심이를 만들어 팥죽도 끓이셔요

아가야 너의 맑은 눈으로 보이는 건 온통 즐거운 일들 뿐이구나
나의 탁한 눈으로 보는 저 흰 눈은

오염된 것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잠시라도 순백으로 덮으려는
신의 섭리는 아닐까한다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은둔 수도원의 통성 기도를 듣고
겸손히 겸손히 내려 쌓이시는구나

 

[사진=곽재용 영화감독]
[사진=곽재용 영화감독]

 

김연화 시인

1959년 전남 화순출생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대한 시문학협회 이사

2017 전국 예술대회 대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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