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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광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꿈의 깃털 속으로 숨는 사람들
  • 경기남부 취재본부 김인종 기자
  • 승인 2020.02.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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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서울뉴스통신】 김인종 기자 = 어느 철부지가 오랜 동안 꿈꾸던 이국생활을 하기 위해 집도 팔고 차도 팔고 아내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대학원을 가기 위한 행보였다. 나이 사십에 남들은 다 직장에서 여유 있다면 있는 삶을 살고 있는데 뜬금없이 유학이라니 황당할 수도 있는 용기를 내고 있었다.

부모는 그런 그의 행보에 대해 당황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돼서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더듬어 나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그는 말 수가 적었지만 행동은 반듯했고 학업성적 또한 우수했다.
우직하게 주위에 잘 적응하는 편이었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리더쉽도 있어 매사에 중심적인 역할을 도맡아 했다.

그러던 그가 중학교 이학년 때쯤 아주 깊은 병에 걸리고 말았다. 밤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이 아파오는 통증이 종종 일어났다. 괜찮겠지 하면서 애써서 참았지만 식은땀이 저절로 나고 잠이 깊숙하게 들지 못해 뒤척이는 시간이 잦아졌다.

어느 날 하교 도중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집 앞 계단을 올라갈 수 없어 쪼그리고 앉아 가슴을 움켜잡고 있었다. 그 것을 보고 있던 그의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평소 건강한 아이라서 ‘성장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일일 뿐이야’ 라고 말을 했다.

엄마는 잘 아프지도 않던 아들이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고 하니 놀랍기는 했지만 큰일은 아닐 거라고 위안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단순한 통증이려니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통증은 더 심해져 급기야는 대학병원에서 폐 수술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족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의사선생님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을 한 후 퇴원을 했지만 그 일은 결코 간과할 일은 아니었다.

폐 수술 후유증으로 허리가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얼굴 모습까지 일그러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윽고 고등학교 삼학년 말 쯤 또 다시 허리통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고 청천벽력 같은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고삼 수험생인지라 의사의 처방을 받아 수술을 물리고 약 처방에 의지해 한 해를 지냈다. 다행히 수능성적이 좋아 수시로 대학에 진학했으나 그 후유증은 병역문제에서 또 다시 불거졌다. 결국은 방위병으로 군 생활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통증이 더욱 심해져 완전히 군 면제를 받고 말았다.

신기한 것이 그 소식을 들은 뒤부터 허리 통증은 씻은 듯이 나았고 대학 사년은 무난히 장학금까지 받으며 다닐 수 있었다.

대학 사학년 이학기에 접어들면서 취직문제로 술렁거리는 동창들을 보며 무서운 것이 취직인가 보다 생각하고 여기저기 입사서류를 냈는데 무난히 분수에 맞는 직장에 취업을 했던 것이었다.

그 후 순진하고 선해 보이는 아가씨와 결혼을 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춘기 시절 건강으로 암울했던 날을 지나 걱정했던 삶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러면서도 대학 때 외국으로 유학 가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일이 불현 듯 생각나 도전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할 무렵 회상해 보면 철부지는 유학이 가고 싶어 집에 재산이 얼마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속 시원하게 대답을 잘 못 하는 부모를 보고 재산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학을 갈까 취직을 할까 한 참 고민을 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결혼을 해서도 쉬지 않고 학원을 다니고 어학공부를 꾸준히 했다.

주위에서는 아무도 그런 그에게 이유를 달지 않았다.
인생은 잘 되든 못 되든 본인의 몫이라는 이유가 그의 부모들의 철학이었다.

나이 사십이 된 철부지 아버지의 어린 아들은 왜 유학을 가는지 이유를 모른다고 하며 정들었던 친구들과 동네를 떠난다는 것이 생소하고 싫어서 골을 부렸다.

그의 아내는 어깨까지 늘어뜨린 머리를 굽실굽실하게 파마를 하고 똑 같이 생긴 그녀의 딸과 아들에게도 파마를 시켰다. 그 것만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는 남편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철부지 아들이 먼 이국땅으로 떠나던 날 그의 부모는 다른 날과 똑 같이 아침밥을 지어 상을 차리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했다.

그의 엄마는 아들에게 짧지만 긴 편지를 썼다. 언제나 믿음을 주는 사랑스런 아들에게 꿈이 크던 작던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것은 아주 장한 일이라고.

본인이 못 이룬 유학의 꿈을 장성한 아들이 이룬다는 생각에 부푼 꿈을 같이 꾸게 되었다. 부모는 가슴 벅찬 날의 시작에 주체 할 수 없는 흥분도 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보소소한 깃털을 단 병아리들이 나들이를 할 때처럼 철부지 아들과 부모는 꿈의 깃털 속에 한 마음이 된 것이다.

어떤 삶이든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도전과 응전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되는 것 같다.

부모 앞에 자식은 마냥 철부지다. 나이 사십이 된 아들이 철부지처럼 어린 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국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생소한 이야기는 아니다.

문학의 한 소재거리로 본다면 이제 우리 사회에서 자식과 함께 꿈꾸는 부모의 인생이야말로 한 가족의 참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기남부 취재본부 김인종 기자  snakorea.r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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