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대대적으로 인사제도를 5년 만에 개편한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대대적으로 인사제도를 5년 만에 개편한다. [사진=삼성전자]

【경기·남부 =서울뉴스통신】 노진성 기자 = 삼성전자가 파격적으로 일반 직원의 직급 구분을 없애며, 대대적으로 인사제도를 5년 만에 개편한다.

지난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인사제도 개편에서 기존 연차 중심의 제도를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로 골자를 바꾼다고 전해진다. 15일부터 삼성전자는 사원협의회와 성과관리 개편 방안을 논의하였고, 이에 이달 말까지 의견 수렴을 통해 현 직급을 2~3단계로 줄이는 1안과 직급을 완전 폐지하는 2안 등 두 가지 제도 중 하나의 제도로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완전 폐지`의 2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7단계 직급 체계(사원 1·2·3, 대리, 과장, 차장, 부사장)에서 CL(Career Level(커리어레벨)·경력개발단계)이라 불리는 현 4단계 체계(CL1~CL4)로 단순화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내년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직급 체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임원 밑으로는 모두 똑같은 `직원`이 된다. 이에 따라 사내망으로 직책을 검색하여 CL4의 직책이면 `부장님`, CL3의 직책이면 `차장님`이라 부르던 내부 관행은 사라지고, 임직원 간의 호칭을 이름 뒤에 `님`, `프로` 등으로 하겠다던 원칙이 견고히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삼성전자는 앞서 매년 두 차례 직원들의 성과를 EX(Excellent), VG(Very Good), GD(Good), NI(Need Improvement), UN(Unsatisfactory) 등의 다섯 가지로 판단한 뒤 연봉 등급을 `가, 나, 다, 라, 마`로 평가했다. 여기에 직급별 기본연봉과 기본인상률을 더해 연봉 수준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매년 한 번의 성과 평가로만 연봉인상률이 정해진다. 이에 연봉 등급에 따른 인상률이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이러한 제도 변화로 인해 높은 연차의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직원의 연봉을 높은 성과를 보이는 낮은 연차의 직원이 앞지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성과평가가 중요해진 만큼 평가 방식 또한 달라진다.

현재까지 삼성전자는 부서장만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해왔다. 하지만 달라지는 인사체제에서는 같은 동료 직원 상호간에도 평가하며, 이러한 동료평가가 연봉 등급에 반영된다.

동료평가는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 두 명이 다른 동료 한 명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도 동료평가가 존재했지만 연봉 등급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점이 수정됐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인사평가 제도는 삼성전자 내에서 세대 갈등으로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까지의 삼성전자는 부서장 직급의 인원이 높은 연차의 직원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앞으로 바뀔 인사평가 제도에서는 이러한 연차 중심의 평가를 시행하면 다른 직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니어 계층의 직원들이 앞서 주니어 시절의 성과를 희생했지만, 높은 연차가 되어서는 성과 중심의 바뀐 제도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토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새로운 인사평가 개편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의 1주기를 맞아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말하며 언급했던 `뉴 삼성`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번 성과 중심의 제도 개편으로 삼성전자는 긍정적인 경쟁으로 인하여 직원들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분석되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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