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칼럼니스트]   

김영배 칼럼니스트,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김영배 칼럼니스트,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신조어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회 속으로 스며든다.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사용하면서 자연스레 토착화된다. 이런 언어 현상에 대한 옹호론자들은 급변하는 시대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런 창조적 언어 놀이를 통해 어휘력이 확장되고 문화가 발전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편에서는 심각한 사회로 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

20대 대선에서 한 대선주자를 따르는 여성 지지자들이 세력을 규합하면서 스스로 ‘개딸’이라 불렀다. 이 말은 개혁적 주자를 따르는 딸이라는 뜻이었지만, 일반인들은 ‘개 같은 딸’로 인지되어 사회적 파장이 심하게 일었다. 사실 이 말은 드라마 ‘응답하라...’에서 아이돌 그룹에 빠진 딸과 대화하던 아빠가 “부녀의 연을 끊자”라고 하자 “아저씨, 누군데요?”라고 응대한 딸을 향해 ‘개딸’이라 했던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드라마 속 이 말의 속에는 하는 짓은 밉지만, 아빠 건강을 염려하는 딸을 아끼는 딸바보의 사랑이 들어있는 표현이다.

우리말에는 ‘개’라는 접두어의 쓰임새가 참 많다. ‘개떡’, ‘개똥쑥’, ‘개살구’, ‘개두릅’, ‘개나리’, ‘개망초’처럼 조금 어설프거나 부족한 것에 쓰인다. 또 ‘개꿈’이나 ‘개죽음’처럼 헛되거나 쓸모없는 것에 쓰인다. 그러나 개나리는 나리꽃에 붙여진 접두어로 이른 봄에 피는 노란 꽃으로 희망을 상징한다. 개망초는 길가에 하얗게 피어 향이 은은한 자생하는 들꽃이다. 또 소중한 것을 낮춰 부를 때도 ‘개’를 썼다.

옛날 어른들은 귀한 자식일수록 막 키워야 튼튼하게 오래 산다고 믿었기 때문에 ‘개똥이’라 불렀다.

요즘 신세대는 다양한 표현에 ‘개’를 붙인다. 아주 예쁠 때 ‘개예쁘다’고 한다. 매우 좋을 때 ‘개좋다’고 하고 답이 없을 때 ‘개노답’이라 하고 정말 우스우면 ‘개웃김’이라 한다. 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강조하여 표현할 때 주로 ‘개’를 사용한다.

‘개딸’은 특정인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표현할 때 쓰인 사례이다.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팬덤그룹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절대적 존재를 향해 스스로 개딸을 자처하고 “아빠, 사랑해요”를 외치고 있다.

세상은 이런 현상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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