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란 칼럼니스트] 

▲유미란 칼럼니스트. 컬러엠 대표· 인덕대 겸임교수

영화와 색채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표적인 영화들이 있다. 그중에서 2014년에 개봉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그중에 하나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으로 감각적인 색 표현으로 색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2014년 베를린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되었고, 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 분장상, 음악상, 의상상을 수상했으며, BBC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D가 의문의 살인을 당하게 된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호텔 지배인이자 마담D가 사랑한 ‘무슈 구스타프’이다. 마담D는 유언으로 구스타프에게 거액의 명화을 상속하고, 그녀의 유산을 노리던 마담D의 아들 ‘드미트리’는 구스타프를 살해용의자로 누명을 씌워 교도소에 가게 만든다. 이후 구스타프는 죄수들과 함께 탈옥에 성공하고, 로비보이 ‘제로’와 함께 살인 누명을 벗고, 상속받은 명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피터팬 픽쳐스 제공 

이 영화는 동화 같은 색감과 대칭의 아름다움이 부각되는 영상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내용보다 색과 이미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영화는 ‘핑크’, ‘바이올렛’, ‘레드’, ‘오렌지’, ‘블루’, ‘화이트’, ‘블랙’ 등 화려한 색감이 영화의 감성과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그중 이 영화에서 주를 이루는 색은 ‘핑크’색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색도 핑크색이며, 영화 곳곳에 보여 지는 다양한 톤들의 핑크색, 영화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아가사와 제로가 드미트리의 공격을 피하다 떨어진 멘들 빵집의 핑크색 포장 박스들, 영화 전반에 핑크색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일반적으로 핑크색은 긍정의 색으로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행복’, ‘로맨틱’, ‘사랑’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핑크’는 과거의 화려하고 행복했던 호텔의 이면에 ‘사람의 탐욕’을 상징하는 색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의 다양한 색감 중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장면은 마지막 구스타프가 무력 앞에 저항하다 죽게 되는 장면으로 유일한 흑백 장면을 꼽을 수 있다. 화려한 색감으로 진행되다 마지막에 구스타프가 죽으면서 영화는 흑백으로 끝이 난다.

사람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한평생 다양한 색들만큼이나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살다, 마지막엔 조명이 꺼지고 어둠속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인생의 마지막은 흑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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