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8월

                                                    정채원

팔을 한껏 벌리고

8월이라고

얼음이 녹는다고

훨훨 춤을 추었나

 

발밑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

 

북극곰은 어떻게 물개를 잡을 수 있나

발판도 없이

너는 무얼 사냥할 수 있나

 

발밑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

 

해빙이라고

북극에서 발판도 없이

8월이라고

 

정채원 시인
정채원 시인

1996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나의 키로 건너는 강』,『슬픈 갈릴레이의 마을』,『일교차로 만든 집』,『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등이 있음. 2014년 세종우수도서 선정. 제2회 한유성문학상 수상.

 

 

 

시평(詩評)

8월과 얼음은 어찌 보면 대칭관계다. 아무리 무더운 8월이지만 북극에서 얼음이 녹는다고 춤을 출 정도로 기뻐해야 하는가.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면 생물학적으로 볼 때 환경의 변화로 생태계가 교란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며, 북쪽 극지의 먹이사슬 중 최상위 북극곰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발밑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나고 발을 딛을 발판이 사라진다는 것은 먹이 사냥터인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것은 죽음과도 관련이 있다. 탄생과 죽음의 사이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고 길었던 여정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시에서 드러난 삶은 그렇게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철과 같은 굴곡진 인생길을 본인이 이겨 나가며 해결해야 할 시간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읽는 동안 아이러니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으며, 함축적 삶은 또 다른 인간사의 모순과 내면적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발밑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와 같이 우리의 삶은 언제나 급박한 긴장감의 연속이다. 북극의 해빙으로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내린다면 이것은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들에게 또 다른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 정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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