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인 줄 알고 뽑았더니
버럭, 소리를 지르며
실신해버린다

새싹들 구별 못 해
참사가 일어났다

진드기 휘젓고 간 자리
온 몸에 상처투성이
시들어 맥을 못 춘다

무지의 횡포, 허황된 욕심
폐허는 전장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어이없는 땅의 한숨소리 들으며
죄 없는 호밋자루만
내동댕이 친다

 

박광아 시인

2018년 <문학신문 >시 신인상
2022년 광복77주년 우표대전
시부문 특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수원아카데미 회원

 

시집 <엄마가 그랬듯이>

 

시평 詩評

텃밭 가꾸기에 재미를 느끼는 시인은 자기만의 눈길로 시어를 캐내고 있다.

잡초인 줄 알고 뽑았더니 버럭 화를 내며 실신하는 소리를 듣는 시인의 감각이 대단하다. 세상의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어느새 세월이 저만큼 비껴 가 있는 걸 느낄 때가 많다. 텃밭의 주인인 시인이 새싹을 구별 못해 일어난 참사는 어마어마한 마음의 상처일 것이다. 시인은 그 미안한 마음을 보듬기 위해 시를 썼을 것이다. 진드기가 휘젓고 간 상처 또한 얼마나 크기에 시들어 버렸을까. 어이없어 하는 땅의 한 숨 소리를 들으며 시인의 마음이 텃밭에서 무한 성장함을 느낀다. 무지의 횡포, 허황된 욕심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버려야 할 일임을 텃밭을 통해 깨달은 시인이야말로 진정 사람다운 사람이다.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