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종 경기도취재본부장.
김인종 경기도취재본부장.

수원특례시와 수원특례시의회가 지난 달 8일, 집행부-의회 간 협약을 통한 인사청문회 도입을 검토한다고 알렸다. 협약을 맺기 전인 8월 24일에는 김현광 수원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에 대해서 수원특례시의회 개원 이래 첫 공공기관장인 인사청문회를 진행했으며, 30일에는 공식적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해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도입을 선언했다. 이는 집행부가 단독으로 산하기관장 인선을 진행해온 건에 대해 시의회 차원에서 검증 절차를 실시하자고 제안한 것을 수원시에서 수용해 성사된 것이다. 협약의 내용을 토대로 수원특례시장은 앞으로 6개 산하기관장(수원도시공사, 수원시정연구원, 수원문화재단, 수원컨벤션센터, 수원시청소년재단, 수원도시재단)을 임명할 때마다 시의회 정책검증 청문을 요청하도록 되어있다. 단, 연임 기관장은 청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인사청문회는 임명 동의나 선출이 필요한 공직자 등의 자질과 능력을 사전에 심사해 인사권 남용이라는 권력기관 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적합한 인물인지를 검증하고 임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장으로서 얼핏 폐쇄되어있는 공직자 임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창구로써 활용됐다. 즉, 이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를 제공하고 집행부의 독단을 막는 순기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국회에서 처음 도입한 이래 인사청문회는 실질적인 역할들을 수행해왔다. 이를 지켜본 광역단체나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오마주 삼아 도입하기 위해 근거를 마련하도록 노력했다. 실제로 2012년 광주광역시의회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던 적이 있었는데, 행정안전부가 상위법에 위반한다는 명목으로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이런 판례가 있었지만, 일부 광역·기초 지자체(경기도, 용인시, 의왕시, 과천시 등)에서 산하기관장 임용에 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존재해 조례가 아닌 업무협약의 형식으로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인사청문회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렇듯 훌륭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인사청문회였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맹점이 포착되면서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선도 있다. 수원시의 인사청문회 구조는 신임 기관장 내정자를 먼저 임명하고 이후 업무보고 방식을 차용해 시의회 의견 청취가 진행되는 시스템으로써 최종 임용 여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문제점이 제도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도 씁쓸한 부분이다. 이번 달 7일에 열린 이필근 수원컨벤션센터 이사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전담 조직 구성, 정당별 청문위원 모두 협의를 거쳐야하는데 어떤 논의 요청도 없었다는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하며 청문회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집행부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자 도입한 인사청문회가 지금까지는 반쪽짜리 성과로 남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로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은 이런 사태에 대해 언론을 통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했는데, 이재준 시장과 직접 대화하면서 도덕성 검증이 아닌 정책 검증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막판 합의를 이끌어냈고, 이와 함께 의장단 회의에서 청문회에 대한 이견을 제기하지 않다가 갑자기 반발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고 인터뷰한 바가 있다.

시나 시의회도 사람이 운영하는 사회의 한 부분인 만큼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현대에서, 그것도 정치와 관련해서는 일방적인 아집과 독선을 항상 주의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이번 인사청문회 도입의 주요 골자는 집행부 견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협치’로 나아가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비록 정책 시행 초기인 만큼 잡음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청문회를 도입한 본래 취지에 맞게 수원시와 시의회가 이런 뜻깊은 제도들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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