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겸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정겸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10월은 가정의 달 5월 못지않게 국가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우선 개천절을 비롯하여 국군의 날, 재향군인의 날, 한글날, 임산부의 날, 문화의 날 , 체육의 날 등 다양한 기념일이 있다. 그중에서도 한글창제를 기념하기 위한 한글날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선양하기 위하여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기록된 날짜를 근거로 1945년부터 10월 9일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되었으며 국경일이며 법정공휴일이다.

지금의 한글날이 있기까지는 서슬이 퍼런 일제강점기에 한글 지킴이를 몸소 실천한 한글학자들의 숨은 공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당시 일제는 총과 칼을 앞세워 한글 말살정책을 펼치고 있었으며 그들은 우리말 사용이 민족혼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며 독립운동이라 생각했다. 한글날은 조선어 연구회(조선어학회 전신)가 1926년 병인 음력 9월 29일 처음으로 ‘가갸날’이라 부르면서 기념하기 시작했으며 이때는 훈민정음 반포일로부터 팔회갑(八回甲)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특히 ‘가갸날’의 기념일 일정은 ‘세종실록’을 근거로 지정되었으며 1446년 병인 ‘9월에 훈민정음이 이루어 졌다(是月訓民正音成)’에서 최종 만들어진 날짜를 찾은 것이다. 이와 관련 하여 한글 창제는 3년 전인 1443년 음력 12월에 완성된 훈민정음의 글자를 다시 수정하고 다듬어서 거기에 자세한 해설을 달아 1446년 음력 9월에 훈민정음이라는 책자로 엮어 공식 반포한 것이다.

당시 조선어 연구회에서는 종로에 위치한 국일관에서 한글을 창제한 제1차 축하기념 행사를 가졌는데 기념일 명칭에 대하여 논의 하던 중 참석자 중 한명이 백성들이 알기 쉽게 한글 자모를 엮어 만든 ‘가갸날’이 어떠냐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 언론에 알림으로써 시작되었다. 이후 ‘가갸날’은 2년 가까이 사용되다가 1928년에 이르러 지금의 명칭인 ‘한글날’로 개명했다.

이렇게 한글의 귀중함을 만천하에 알리는 데는 성공 했으나 한글은 생성과정부터 순탄치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한자의 음과 훈을 빌어 우리말을 기록했던 이두(吏讀) 문자와 한문의 이해를 돕고 읽기 편하게 한문 구절 아래에 토를 다는 구결(口訣)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두와 구결은 백성들이 우리나라말로 묘사하는데 한계가 있었으며 표기법에 대한 일원성이 없었기 때문에 한자 교육이 선행되는 문제가 대두 되었다.

당시 조선 초기에는 우리 문명이 다각적이고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였기에 백성들이 이해하기 쉬운 독자적인 글자의 출현이 시급하게 요구되었으며 세종때에 와서는 언어적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를 인지한 세종은 한글의 창제를 서둘렀으며 그 결과 세종25년인 1443년 12월에 훈민정음 28자가 완성되었다. 아울러 세종은 성삼문, 신숙주, 최항, 정인지, 박팽년 등 집현전 학자들로 하여금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과 ‘동국정운’을 편찬 하도록 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최항과 박팽년에게는 중국 원나라의 서적‘고금운회거요’를 백성들이 알기 쉽게 번역하도록 하였으며 1445년 4월에는 훈민정음을 사용하여 악장(樂章)인 ‘용비어천가’ 편찬사업을 추진하는 등

짧은 기간에 많은 성과를 거양하였다.

이렇게 힘들게 만든 한글은 창제이후 약500년 동안 많은 시련을 겪었다. 한글의 반포를 앞두고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는 1444년 2월에 정찬손, 신석조, 하위지, 김문 등과 함께 연명상소를 올려 한글의 역사적 반포를 반대했으며 연산군은 한글 사용을 탄압했다.

만약 이들의 반대 없이 세종 때부터 한글을 공문서로 채택하여 백성은 물론 관료까지 사용했었다면 혁명적 문명 창출로 세계적 초강대국이 되었을 것이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강점기라는 슬픈 역사는 겪지 않았을까 가정해 본다. 다행히도 훈민정음 해례본은 문자의 독창성과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제 우리의 한글 사랑은 10월9일 하루만이 아닌 최소한 10월 한 달 전체를 ‘한글의 달’로 지정하여 이 달 만큼은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을 자제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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