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꽃이 언제 피었다 졌는지 모른다
너를 그리워하는 동안
슬프지 않아도 눈물이 나오고
기쁘지 않아도 웃음이  나온다
네가 울고 웃는 동안 해는 뜨고 지고
보름달은 어김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오늘도 자리 지키며 서쪽 하늘 바라본다

붉은 햇덩이를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푸른 생명들

지난날 뜨거웠던 여름이 은빛 억새 숲으로 사라졌다
오후 세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엘칸도르파샤
멀리서 들려오는 철새들의 함성.

 

김재자 시인

약력

경기화성 출생

시집 『말 못하는 새』발표로 작품활동

글샘동인, 현재 용인병원유지재단 행정부원장

 

 

시평(詩評)

이 시의 전체적 흐름은 꽃이라는 시각적 요소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엘칸도르파샤’가 청각적 요소로 작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만들어진 느낌을 받는다. 또한 독자들이 시의 의미를 쉽게 가늠할 수 있고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어 편안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10월과 12월에 끼어 있는 11월은 알게 모르게 생각 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서정적 감성으로 유추해 볼 때 화려했던 가을을 보내는 한 해의 끝자락이라 왠지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이기도 하다. 철새의 의미는 어쩌면 이별과 세월을 상징화 한 것이다. 한 사이클의 세월 속에 사는 동안 꽃이 언제 피었는지, 그리고 언제 졌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아 온 것이다. ‘붉은 햇덩이를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푸른 생명들’ 에서 젊은 날 열정적으로 살아 왔던 시인의 삶을 알 수 있다. 뜨거웠던 여름은 가고 철새는 날아갔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철새들의 함성은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에 대하여 후회가 없으며 또 다른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정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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