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베푸는 자선은 가장 멀리 날아간다. 그 날개 위에 향기가 오래 머물러 있다. 밤은 작은 별들로 영광을 자랑한다. 장학(獎學)은 배움을 권면한다는 뜻이다. 장학금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낳게 한다. 신바람을 일으킨다. 희망은 퍼주고 또 퍼줘도 그대로 남아 있는 신비한 긍정심이다. 혜택을 받은 학생은 평생 가슴에 고마움을 뜨겁게 품는다. 이렇듯 진정한 교육은 교과서보다, 학원보다, 삶과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삭막한 세상에 그 다리를 놓아 준 이야기가 주변을 훈훈하게 한다.

후배들을 위해 해마다 수원여자고등학교 출신으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면 4년여 동안 등록금 전액을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수원시내 전 고교생으로 대상자를 확대했다. 해마다 서울대 입학생 17명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동우여고 출신 2명이 수원여고 출신 1명과 함께 혜택을 받았다. 수원시내 고교에서 금년에 23명이 서울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되어 마감일을 넘기는 바람에 아깝게 신청조차 못했다.

지역 후배들에게 통 큰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주인공은 맨발로 60여 년간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별 보고 출근하고 별 보고 퇴근하며 어렵게 일군 주식회사 홍인(弘仁)의 정팔도(鄭八道) 회장과 부인 이자행(李慈倖) 여사다. 그는 자동차부품 국산화를 이룩한 성공한 기업인이다. 정팔도 회장은 서울대공대 AIP(최고산업전략과정)총동창회장이고 이자행 여사는 수원여고와 이화여대 출신이다. 정팔도 회장은 6⦁25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어린 시절에 “사회인이 되면 힘닿는 데까지 이웃과 나누며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80년대 초 우리나라가 자체 생산한 자동차 부품 수출을 위한 민간무역사절단이 구성됐다. 정팔도 회장은 5년간 한국민간무역사절 인솔 단장사로 5대양 6대주를 순회 전시하였다. 각국 바이어(buyer)와 많은 상담을 벌려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기다리기만 하는 자는 마중 나가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세계 현장을 누볐다. 무역의 날 1백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그 후 전국중소기업자 대회에서 은탑산업훈장에 이어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정열과 근면의 결과물이다. 최초로 KS마크를 획득했다. 우수제품 생산을 위한 실험실을 완비해 외국 바이어들의 신뢰를 받았다. 간부사원들에게는 무담보 무이자로 주택을 제공했다.

부부(夫婦)는 사업을 하면서 뜨거운 봉사의 샘도 가슴마다 솟아올랐다. “봉사하면서 아름답게 사는 것이 즐겁게 사는 것”이라며 틈틈이 봉사활동을 했다. 갱생보호 수원회장, 보육원,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운동 자원봉사위원, 지체장애인단체. 범죄예방위원 등을 역임하며 범죄예방 자원봉사 한마음대회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에 이어 국민훈장 목련장을 거푸 수상했다. 서울대 발전기금과 총동창회, 관악회, 서울대장학금, 동창회관 건립기금 등에 32억 이상을 기부했다. 정규 학부 출신이 아님에도 개교 이래 최초로 서울대총동창회에서 가장 명예로운 ‘관악대상(冠岳大賞)’을 수상했다. 이웃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공익적인 정신이 생활 속에 잠재되어 행동으로 나타난 산물이다.

음식은 만든 이와 먹는 이가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도 온전히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메신저다. 기부와 나눔은 이처럼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돕고 닫힌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했다. 이자행 여사 역시 수원여고 총동문회에 재학생을 위해 장학기금을 기탁하고 2020년부터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는 수원여고의 모든 후배에게 4년간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껏 4명이 장학금을 받았고 올해부터는 수원시내 전 고교생으로 대상자를 넓혔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경기적십자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장으로 바자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소외되고 어려운 취약계층과 재난을 당한 이재민을 위해 성금을 선뜻 내놓았다. 재난이 나면 현장에 제일 먼저 나와 봉사하는 경기도내 적십자봉사원을 돕는데도 발 벗고 나섰다. 10억 원을 출연한 ‘정팔도·이자행 특지장학금’을 받은 서울대 재학생은 현재까지 수백여 명에 이른다.

“제 앞에 안 떨어진 불은 뜨거운 줄 모른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어렵고 괴로운 남의 일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삶은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 덕분에 주변은 온기(溫氣)가 감돈다. 대가(代價)나 자신의 이해에 상관없이 몸과 마음을 다해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이들이 있어 반갑고 자랑스럽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정팔도·이자행 특지장학회’ 발전을 기원하며 더 많은 수원고교 출신 장학생이 배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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