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수원특례시의 최고의 문화·예술 축제는 ‘수원화성문화제와 정조대왕능행차 공동재현’이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정조의 개혁이념을 기리는 축제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사진전이 지난 3월30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수원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으로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생동감 있는 축제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수원화성문화제는 1964년10월15일 경기도청이 서울에서 수원으로 옮겨온 날을 수원시민의 날로 제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축제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수원화홍문화제로 출발했다. 화홍문화제는 70년대에 이르러 축제의 변화와 전환점을 맞이했다. 경기도청 기공식 경축을 기리는 행사에서 수원의 역사를 알리는 본격적인 축제로 방향을 틀었다. 1971년 완공된 수원종합운동장에는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 함성이 울려 퍼졌다. 1974년부터 정조대왕 원행재현과 화산릉 참배가 시작되었다. 정조의 효심을 기리기 위한 전국효자효부상을 선정하고 수상자 카퍼레이드를 벌렸다. 전국민속경연대회도 함께 추진하면서 전국 규모의 축제로 발돋움했다. 80년대에는 화홍문화제 규모도 확대되고 다양한 분야를 펼치는 축제로 발전했다. 미술·국악·사진·문학·음악·체육·민속 분야 등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여 전시와 공연을 개최하면서 종합문화예술제의 위상을 지니게 되었다. 1985년 아시안게임 참가 선수단 환영식으로 시작한 화홍문화제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맞추어 열린 축제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1996년 수원화성은 축성 200주년을 맞이했다.

그 후 1997년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에 따라 1999년부터 수원화성문화제로 명칭이 바뀌었다. 역사·문화도시로의 정체성을 알렸다. 1995년 축제에서는 지역 음식문화를 담아낸 수원양념갈비축제도 선보였다. 처음으로 정조대왕, 혜경궁홍씨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생활체육대회, 축하공연, 거리 페스티벌 등을 통해 시민이 하나가 되는 축제로 탈바꿈했다.

2000년대는 전문성을 강화하고 역동적이며 화려한 대형축제로 발전하여 국내외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원시와 문화교류를 맺은 국제자매도시를 초청해 세계적인 문화관광축제로 승화시켰다.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에도 성과를 거두었다.

220년 만에 처음으로 ‘정조대왕능행차 공동재현’이 서울창덕궁을 출발하여 한강 배다리를 건너 시흥행궁터, 안양, 의왕, 수원행궁을 거쳐 화성 융릉까지 이어졌다. 총거리 59.2km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왕실 재현 퍼레이드였다. 내외국인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축제로 변화했다. 수원화성문화제 기간 동안 국내외 관람객이 80여만 명을 넘어서는 성황을 이루었다. 지난해 수원시는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수원특례시로 격이 높아졌다. 시민들의 자긍심도 함께 올라갔다. 이재준 특례시장의 시대가 펼쳐지면서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 라는 슬로건 아래 첫 수원화성문화제 개막식날 밤하늘에 드론 공연이 펼쳐져 시민들이 환호했다. 수원화성문화제도 내용과 형식이 새로워져야 할 때다. 과거에 머물지 말고 미래로 달려 나가는 의식을 불어넣는 문화·예술축제로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켜야 한다. 필자는 시민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아 제54~56회 수원화성문화제 현장을 위원들과 함께 생생한 체험을 했다.

좋은 축제도 참여하는 시민이나 관광객이 없으면 안 된다. 6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 수원화성문화제는 수원시가 직접 주최·주관한다. 몇 해에 걸쳐 시민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시민주도형으로 진행된 수원화성문화제를 다시 관주도형으로 진행한다. 물론 장단점(長短點)은 있다. 각계각층의 시민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프로그램, 관람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체험형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여 모두의 눈과 귀와 입이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잔치 기분이 난다.

‘축제의 현장 60년의 발자취’라는 수원화성문화제 60주년 사진전을 개최하는 것도 그런 뜻을 담은 전초전(前哨戰)일 듯하다. 하지만 사진과 함께 그간 발간된 ‘수원화성문화제 백서’를 비롯한 포스터, 홍보물, 프로그램 등 시민들이 당시를 기억하고 회상할 수 있는 자료도 함께 전시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사진전을 마치면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아서 맞이할 60주년 수원화성문화제와 정조대왕능행차 공동재현 계획안도 함께 전시하면 더더욱 좋았을 것이다. 수원특례시 축제의 뿌리이자 역사·문화를 대내외에 드러낼 제60회 수원화성문화제가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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