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뚜껑에 내장 드러낸 간재미가 누웠다
바다는 뒤돌아보지 않고 이미 수평선으로 떠났다

눈물은
행복을 기억하고 있어야 흘릴 수 있는 거야

세상으로 나온 속내들이 낮은 무덤 하나 이루었다
목쉰 선장 부인이 목청을 높인다
맛있어요 국물이 시원해요

목숨은
물려주고 물려받은 자리에 움이 돋는 거지

사라지는 게 아니야 이어달리기야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내장 한 개씩 토해 먹이고
마지막 몸을 내어주는 두미콜라 거미
새끼들이 오글거리는 집

목숨은 그렇게 피어나는구나
노랑바래기버섯처럼
불빛처럼

때때로
어판장을 흐느적거리다가 돌아 나오는 횟집 골목
수족관 활어 꼬리가 내 지느러미를 툭 친다

 

박하잎 작가의 그림.
박하잎 작가의 그림.

 

최종월 시인.
최종월 시인.

김포출생, 2011년 문학시대로 문단에 나옴,「김포문학상」,「경기예술인상」,「계간문예작가상」,「청록문학상」,시집으로『반쪽만 닮은 나무 읽기』,『사막의 물은 숨어서 흐른다』,『좽이 던지는 당신에게』,『나무는 발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등이 있으며, 인송문학촌 토문재에서 집필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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