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 법인카드...5년반 동안 2000억원 사용
술집 간담회 27억원...개인카드 처럼, 작태 한심
인천 붕괴사고 뒤에도 체육행사 목적 9천만원 사용

【충북·세종 = 서울뉴스통신】 이동주 기자 = 지난 2021년 미공개 개발 정보를 이용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과 최근 ‘LH 부실시공’ 사태 등으로 논란의 중심이 됐던 LH의 임직원들의 최근 5년 6개월간 법인카드 총 사용금액이 2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투기와 부실시공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음에도 LH 내부 임직원들은 국민혈세로 이용되는 법인카드 사용을 남발해 온 것이다.

사용내역 중 업무간담회를 목적으로 횟집과 포차, 호프집 등에서 매년 수십억씩 사용하고, 사무실 비품과 홍보용품 구매를 목적으로 골프웨어 브랜드에서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사용목적도 구체적인 내용 없이 업무간담회, 업무협의 등으로만 명시해 어떤 업무적 차원인지 알 수 없는 내역이 대부분이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충북 제천시⸱단양군)이 LH로부터 제출받은 ‘LH 법인카드 사용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는 지난 2018년부터 2023년 상반기(6월)까지 법인카드를 총 2038억5288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남 진주에 위치한 LH 본사와 전국 각 지사의 법인카드 사용금액을 합한 금액이다.

올해 3월 기준 LH의 법인카드는 총 1150매로 본사 338매, 지역본부(지사) 812매이다. 연도별 법인카드 사용액은 △2018년 354억6000만원 △2019년 389억8000만원 △2020년 348억6000만원 △2021년 343억6000만원 △2022년 413억6000만원 △2023년 상반기 188억4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면, LH 임직원들은 5년6개월간 업무간담회 등의 목적으로 법인카드를 총 586억5000만원 가량을 사용했는데, ‘도심복합사업 관련 업무간담회’, ‘설계품질 검증회의 업무 개선방안 협의’ 등 구체적인 사용 목적을 명시한 내역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역들은 업무간담회, 업무협의, 업무추진회 등으로만 적어놓고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어있지 않았다. 

누구와 무슨 내용의 업무간담회를 했는지, 몇 명이 참석했는지 등의 내용도 알 수 없었다. 

예시로 올해 4월26일 LH 본사 직원이 ‘ㄱ횟집’에서 업무간담회 목적으로 60만원을 사용했는데, 여러 명이 실제 업무간담회를 했는지 직원 둘이서 각자 30만원이 넘는 금액의 식사를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LH 임직원들은 이런 식으로 최근 5년6개월간 업무간담회 등을 명분으로 횟집, 포차 등에서 27억원 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업무간담회를 진행했는지도 모르는 내역으로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법인카드가 남용된 것이다.

심지어 올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4.29) 후 5~6월 두 달간 LH 본사와 인천지역본부에서 업무간담회 등의 명분으로 식당에서 사용한 법인카드 총 금액은 약 10억원(9억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대부분이 고기집, 횟집, 포차 등의 식당으로 단순히 업무간담회 등으로만 명시해놓고 구체적인 내용은 적히지 않은 내역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시기 ‘춘계체육행사’ 진행비, 식사비용 등으로 8887만원을 사용한 내역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태영 의원은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후 전면적인 조사와 재발방지계획,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춘계체육행사 등을 개최하고 무슨 업무간담회인지 확인조차 어려운 명분으로 두 달간 10억원에 달하는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LH는 와인바, 포장마차, 생맥주집, 선술집 등 접객시설을 갖추고 대중에게 술을 판매하는 기타의 주점은 법안카드 사용 제한 업종으로 두고 있다. 

그러면서 "상기 업종에서의 음주 목적 사용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제한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골프장, 골프연습장 등의 업종에서는 법인카드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LH 규정과는 다르게 사무실 비품, 홍보용품 등의 목적으로 골프웨어 브랜드에서 사용하고 갱신계약간담회 목적으로 스크린골프장에서 사용한 내역, 행사 목적으로 골프연습장에서 사용한 내역 등 의무적 제한 업종인 골프장,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장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들도 다수 있었다.

엄 의원은 “부동산 투기, 부실시공 논란 등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LH 임직원들은 그저 국민혈세를 남용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며, “LH의 현 상황과 논란들은 이런 임직원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어찌보면 예견된 수순이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엄 의원은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법인카드를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마치 개인카드 쓰듯이 사용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매번 말로만 혁신, 개혁을 외치는 LH가 제대로 된 혁신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임직원들의 근본적인 태도와 마음가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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