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 장기적 과제 중 하나로 제안
단기 과제로 학비 지원 등 국립대병원 계약학과 제시

요양시설 어르신들에게 코로나 19 백신을 추가 접종하고 있는 군 의료인력. / 사진=보건복지부
요양시설 어르신들에게 코로나 19 백신을 추가 접종하고 있는 군 의료인력. / 사진=보건복지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의무(醫務)사관학교를 설립해 지역에 의사를 배치하자"라는 제안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LW 컨벤션에서 '지역의료 강화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5회째로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료개혁 4대 과제 관련 주제별 토론회를 정부가 개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지역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짚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의료 시설이 없는 '면' 단위 지역은 병원급의 경우 538곳, 의원급의 경우 401곳, 치과의원은 523곳, 약국은 362곳이다. 2010년과 비교하면 병원급이 없는 지역은 1.5% 감소했지만 여전히 신규 수요가 가장 높은 시설이 병원(55.3%)으로 꼽힐 만큼 지역에서는 병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의원급이 없는 지역의 경우 같은 기간 4.2% 증가했다.

공공병원의 경우 도시와 농촌 구분 없이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권 교수가 소개한 2022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서울의료원은 전문의 정원 177명 중 17명, 성남시의료원은 전문의 정원 99명 중 28명이 부족한 상태다. 간호사의 경우 부산의료원과 포항의료원을 제외하면 모든 공공병원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실정이다.

권 교수는 "중증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가 낮아 대형병원 선호 및 반복 이용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추진 기간에 따라 단기적으로 단기 지역의료대학원 석사 과정, 중장기 적으로 지역의사 장학제도, 장기적으로 지역인재전형 및 의무사관학교 제도를 제안했다.

단기 지역의료대학원 석사 과정의 경우 국립대병원에 계약학과를 개설해 기존 전문의 중 1년 교육 후 5년 이상 근무하는 조건으로 모집하는 방안이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전문의에게는 학비와 정주 여건을 지원하는데 정부가 교육비 전액 및 인건비 50%를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중장기 지역의사 장학제도는 현 의대생을 대상으로 의대 졸업 후 수련을 마치면 지역으로 배치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의무사관학교를 설립해 학부와 전공의 과정을 마치면 곧바로 지역에 배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지난달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군의무사관학교 설치법안'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국군의무사관학교를 설치하고 수업 연한은 6년으로 하되 졸업 후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중위로 임용한 후 15년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또 권 교수는 응급의료부터 지자체 책임 하에 해결 방안을 모색하되 지자체와 의료계, 지역 주민이 합의해 만든 응급의료서비스는 별도 계정을 통해 재정 지원을 하자고 했다. 의료 질을 담보하기 위해 최소 시술량 기반 공급 계획을 수립하고, 최소 시술량 미달 지역은 원격 기술을 적극 활용하자고 했다.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광역시의료원장)은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혁신을 통한 지역의료 강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지방의료원은 지역책임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조 회장은 △불명확한 미션과 비전 △열악한 시설 규모와 취약한 입지 △부족한 정원과 인력 △불안정한 거버넌스와 갈등 △독립채산제와 취약한 재정 등의 이유로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밝혔다.

41개 지역거점병원의 진료과목별 전문의 수를 기관당 평균으로 계산하면 내과 5.5명, 응급의학과 3.9명, 정형외과 2.2명, 영상의학과 2.0명이고 나머지는 2명 미만이다. 신경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은 기관당 전문의 수가 2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흉부외과의 경우 기관당 평균 전문의가 0.4명에 그친다.

인력 부족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단골 손님들이 이탈하면서 지방의료원 병상 가동률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따르면 평균 병상 이용률은 2018년 82.4%, 2019년 85.5%였지만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51.1%, 2021년 58.4%, 2022년 44%로 감소했고 일상회복을 시작한 2023년에 50%로 소폭 회복에 그쳤다.

전공의 이탈 이후에도 평균 병상 이용률은 50%대에 불과하다.

조 회장은 지방의료원 과제로 첨단 시설과 장비 구축, 접근성 개선, 충분한 인력 정원, 체계적 의료 인력 공급 등을 꼽았다. 또 지역 의료전달체계 중심 역할을 하도록 공공 의료 정보를 통합하고 합리적 평가와 보상, 거버넌스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방의료원은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강화의 중심이자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지방의료원 강화를 위한 강력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