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정권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는 JTBC 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국기문란 사건으로서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아무리 사적 채널의 비선 실세라고 하지만, 개입 할 게 있고 자제할 게 따로 있는 법이다. ‘이건 아니다’라는 허탈감이 이는 이유다.

보도인 즉 최씨의 버려진 PC에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이 담겨져 있고, 최씨가 이를 수정한 흔적도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2012년 대선후보 당시 유세 연설문과 당선소감문에서부터 2014년 3월 독일에서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 허태열 비서실장 교체 문제가 담긴 '국무회의 말씀' 자료까지 포함돼 있다.

더구나 PC에 파일이 저장된 시간이 실제 발표 시간에 앞서고 최종발표에는 없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하니 최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일개 친분 있는 개인 신분의 최 씨가 대한민국 국정의 ‘최고 권부’인 청와대의 연설문까지 손보았다는 게 어디 정상적 국정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야당의 비판이 아니더라도 청와대가 공적 시스템이 아닌 측근 비선실세들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돼온 최 씨의 국정농단과 그 실체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비판을 반박할 논거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결국 대통령이 해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앞서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21일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나.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JTBC는 19일에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가방을 제작하고 차은택씨를 최순실씨에게 소개시켜 준 인물인 고영태씨의 인터뷰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비선의 비선'이라고 불리는 고씨는 "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 고치는 일" "연설문을 고쳐놓고 문제가 생기면 애먼 사람을 불러다 혼낸다"는 등의 말을 쏟아낸 바 있었는데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기에 급급했다.

청와대의 책무가 크다. 의혹을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검찰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모든 의혹들을 투명하게 파헤쳐야 한다. 핵심 부분을 감추고 꼬리자르기식 수사로 그친다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사실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저어되는 바 작지 않다. 연설문 개입도 그렇지만, 청와대와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긴요하다. 두 재단의 설립과 모금 과정, 운영 등 재단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 전반에 걸쳐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 예컨대 두 재단의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이 거의 똑같고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이 허위로 작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 설립 신청 하루 이틀 만에 정부 허가를 받은 점 등이 밝혀져야 한다.

검찰은 엄정수사를 진행해 기업들의 출연, 재단 인사·운영 과정 등에 위법성, 누구의 책임인지를 명쾌하게 밝히길 바란다. 최씨의 대통령 연설문 개입 의혹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측면에서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검찰의 명예를 건 수사를 기대한다. 파사현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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