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바른정당 단일화파 의원 13명이 집단탈당 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5.9대선을 불과 일주 앞두고 '새 변수'로 등장하면서 보수진영의 적잖은 구조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권성동·김성태·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진복·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조찬회동을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는데, 전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의 모임에 참여했지만 이날 불참한 정운천 의원은 오는 5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개별적으로 탈당을 선언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탈당을 선언한 13명과 정운천 의원, 가장 먼저 '역(逆)탈당'한 이은재 의원까지 포함하면 바른정당 총 33명의 의원 중 15명이 한국당으로 복귀한 셈이다. 바른정당이 교섭단체(20석) 요건을 상실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당장에 대선을 앞둔 이 당의 유승민 대선 후보의 세가 더 쪼그러들 수 있을 상황이다.

문제는 기세좋게 치고 올아오는 같은 보수쪽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4명의 탈당파를 끌어안고 더 올라갔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하겠느냐다.

우선 본격 '깜깜이선거' 돌입 직전인 최근 나온 여론조사결과를 한번 둘러보자.

유승민 후보가 탈당파에도 불구하고, 완주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이를 전제로 할 때, 즉 5자 대결을 전제로 할 때다.

최근 발표된 문화일보-엠브레인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는 38.6%를 기록했다. 안 후보(22.6%)와 홍 후보(18.3%)의 격차는 오차범위(±3.1%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이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 9.0%,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3.7%,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 0.4%였다.

지난 4월 18∼19일 조사에 비해 문 후보 지지율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안 후보는 11.8%포인트 하락했고, 홍 후보가 8.8%포인트 상승했다. 자신의 이념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 중 지난 조사에서는 41.6%가 안 후보, 26.6%가 홍 후보를 지지했으나 이번에는 45.4%가 홍 후보를 지지했고, 안 후보 지지는 25.7%에 그쳤다. 50대 이상과 대구·경북(TK) 등에서 안 후보는 1위 자리를 내줬다.

보수의 이동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이런 추세라면, 안 후보를 지지했던 보수의 이동이 완성되는 선거 직전에 이르면 안-홍의 골든크로스는 이미 마친 상태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가령, 문 후보의 지지층이 콘크리트고, 충서도 높은 지지자들이라고 해도 현 38.6% 가운데서는 지지후보를 변경할 수 있다는 응답자가 10%대라는 점을 보정(4%)한다면, 최대 34%대까지 내려갈 여지가 없지 않다.

마찬가지로, '충성도 낮은' 안 후보에게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은 15%대인 점을 보정(4%)해주면, 15~20%대로 더 밀릴 공산은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대로, 홍 후보의 경우,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은 한자리 수로 가장 낮은 반면, 보수 결집현상이 본격화하게 되면 문-안에 갔던 표들이 모여들고, 같은 보수 쪽 바른정당 '뺏지'들의 조직표 등이 합류, 유승민 후보의 표를 더 갉아먹게(4%) 돼 산술적으로도 4+4+4+=12% 즉, 현재의 18.3%+12%= 30% 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문 34% 대(對) 홍 30%로 다시 양강구도로 바뀌게 되는 꼴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난 18대 대선때 48%에 확장성이 낮은 문 후보의 표는 안철수 후보가 도리어 '완주'한다고 할 때 안 쪽에서 15~20% 나눠가진 것을 감안하면 30%선에 그치게 되고, 정확히 진보쪽의 분열양상 그대로다. 뿐만 아니다. TV토론 효과에 힘입어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가 안정적인 8~10% 선을 확보한다면 확장성은 더 떨어진다.

그 정반대 진영의 보수는 홍 쪽으로 거진 쏠릴 뿐 유 후보쪽이 더 위축될 공산이 커졌다고 할 것이다. 즉, 이렇게 되면 '1보수-3진보' 구도로 급속히 재편된 것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홍 후보가 애초부터 안철수 후보와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며, 진영 프레임으로 몰고간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런 점을 감안,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공격루트를 완전히 바꾼 것이 벌써 몇일전부터 감지된다. 안 캠프 대변인실의 '대공포' 사격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선거가 지략과 지략의 대결인 동시에 관전자 입장에서는 가정과 가정의 대결이라 더 흥미진진하다. 정치는 생물이 맞지만, 문제는 시간싸움이라 의미있게 지켜볼 일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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