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수원=서울뉴스통신】 김인종 기자 = 거대한 암석을 연상시키는 파사드(fasade)와 이를 휘감은 투명한 삼각형의 유리 루프(loop)가 눈을 사로잡는다.

건물 전체로 들어오는 빛을 체감할 수 있는 첫 번째 백화점이 수원 광교에 들어섰다. 파사드는 건물의 정면, 외관, 외모를 뜻한다.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건물의 나머지 부분의 색채, 톤을 잡아준다. 공간의 얼굴이자 공간의 첫 인상이다.

건축 설계란 무릇 사람 마음을 감동시켜야 한다. 건물 들어갈 때 감탄사가 절로 나와야 한다. 지난 3월 2일 문을 연 ‘갤러리아광교’ 백화점 건물이 외관에서부터 시민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마치 보석이 광맥을 이룬 듯 태고(太古)부터 누적된 퇴적물이 쌓인 지층(地層) 같다. 외벽을 칭칭 감고 있는 듯한 다각형태의 유리조각방식의 통로가 압권(壓卷)이다. 수원의 도시 브랜드 및 이미지를 제고하는 역할을 충분히 담당하고도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또한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건물은 시민들의 감정을 뒤흔든다. 고리나 원처럼 끝과 끝이 연결되어 무한 반복된다는 뜻의 루프가 메인이다.

은폐된 비밀이 비로소 세상의 빛을 받아 속내를 밝히고 영원히 반짝이는 것 같다. 건축 또한 그러해야 하듯이 비밀스런 이미지다. 가히 네덜란드 출신 렘 콜하스 건축은 세계적 명품이다.

디자인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갈리겠지만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건축물이다. 더군다나 백화점이라는 대형 판매시설을 이런 파격적인 외관으로 선보인 것은 아마도 모험일 듯 여겨진다.

현대 건축의 리더로 불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이끄는 OMA(the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건축의 관습을 깬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이다.

“익숙한 것에서 탈피하여 자연과 도시의 만남을 주제로 그 안에서 사회와의 유기적 관계를 구현하는 가치를 표현했다”고 렘 콜하스는 강조했다.

그는 프리츠커 가문이 운영하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prizker)건축상 수상자다. 수상자 선정이 노벨상과 유사하다. 그만큼 수원광교에 들어선 놀라운 건축물의 무게감이 돋보이는 이유다.

미국 로스엔젤스 박물관, 중국 국영방송본사(cctv), 서울대 미술관, 리움 미술관 등을 설계했다.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는 건축물의 영향은 매우 크다.

시선이 서울로만 쏠리다보니 수원에 아름답고 멋진 건물을 지으려 하지 않았다. 이제 수원은 점점 더 자랑할 게 많은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신세대의 감성 코드에 맞추어 수원광교의 풍경을 한결 젊게 만들었다. 건물 조명이 마법처럼 메시지를 전한다.

건축물이 던지는 경이로운 지적 자극이 시민들의 내일을 새롭게 만드는 듯하다. 우리 주변에는 살아가면서 너무 익숙해져 잘 주목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당연한 것처럼 그냥 지나쳐 버린다.

갤러리광교는 다르다. 우리를 의아해하고 낯설게 여긴다. 다시 한 번 보고 다시 한 번 생각게 한다. 건물이 지역의 랜드마크로써 존재감을 드러낸다. 결국엔 삶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다. 탁월한 디자인이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터전을 제공하고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건물의 중간 중간 층 사이에는 수원컨벤션센터와 함께 광교호수가 들어나 수원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물로 꼽힐 만하다.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그 건물들이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역사의 도시 수원에도 건축의 결이 층층이 쌓여 매력적인 도시로 발전돼야 한다.

“미려(美麗)함은 적에게 두려움을 준다” 정조가 화성 축성 당시 한 말이다. 수원은 220여년 전 디자인과 도시 경관을 생각한 도시가 아닌가. 수원화성을 품듯이 도심 곳곳에 품고 싶은 건축물이 새록새록 들어서 도시 미관을 살려나가야 한다.

에베레스트산이 높은 이유는 히말리야 산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이같이 행정은 건축예술이 자랄 수 있는 필드(field)를 만들어 줘야한다. 그래야 도시에 갤러리광교처럼 ‘창조’가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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