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행

                                                       정숙자

한층 더 고독해

진다.

자라고
자라고
자라, 훌쩍
자라 오른 나무는

그 우듬지가
신조차 사뭇 쓸쓸한
허공에 걸린다

산 채로
선 채로, 홀로

그러나 결국 그이는

한층 더 짙ㅡ푸른
화석이 된다

 

정숙자 시인

1952년 김제 출생. 동국대 교육대학원 철학과 수료.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첫 시집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부터 제10시집 ‘공검&굴원’ 출간. 첫 산문집 ‘밝은음자리표’, ‘행복음자리표’출간. 들소리문학상, 질마재문학상. 동국문학상 수상.

 

 

 

 

시평(詩評)

정숙자 시인의 시집 ‘공검&굴원’을 읽는 동안 가끔씩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삶과 죽음이라는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명제 앞에서 고민을 하며 그로 인한 생각에 대하여 나는 어떻게 걸어왔는가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적막감과 허무의 공포가 나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느낌이다. 시집 속에 도사리고 앉아 있는 시 ‘극지 행’은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상징적으로 느끼는 극지라 함은 남극과 북극, 지구상의 맨 끝 빙하의 나라인 것이다. 더는 다가 갈 수 없는 허허벌판의 극지, 결국 과학의 힘이 없다면 생존 할 수 없는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화자는 그러면서도 ‘그이는’ 한층 더 짙푸른 화석이 되길 원한다.

짙푸른 화석은 어쩌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낙원을 암시하고 있다. ‘그이는’ 지금 낙원을 찾아 먼 여행을 하고 있다. 떠나는 이를 배웅하고 아무 일 없는 듯 공허함을 감춘다. 정말 무섭고 지독한 허무가 나를 엄습해 오는 것 같다.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 정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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