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누르미 예술에 담긴 우리 꽃의 아름다움에 빠져보세요”

백항(白香)백미경 꽃누르미 압화 명인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우연히 찾은 네잎클로버를 책갈피 삼아 책 사이에 끼워놓았던 추억이 떠올랐다. 네잎클로버가 가져다준다는 행운이 영원히 내게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까, 행여나 잎사귀가 바스라질까 조심스럽게 다루곤 했다.
백향(白香) 백미경 꽃누르미 명인은 꽃으로 그림을 그린다. 우리나라의 꽃과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을 꽃누르미(압화)하여 작품 속에 담는다. 꽃이 가진 아름다움은 명인의 손끝에서 입체화되어 영원(永遠)한 생명력을 얻는다. 명인의 작품은 화려하면서도 꽃누르미 특유의 생동감으로 살아숨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백미경 명인은 1965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그는 1998년 한국문화센터에서 꽃누르미 강사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1년 뒤인 1999년 백화점에 꽃누르미 매장을 입점하면서 꽃누르미 강사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개인 매장을 열게 되고, 2004년에는 ‘백향꽃누르미공방’으로 이름을 변경하며 작품활동에도 매진했다. 명인은 2006년 대한민국 미술대상전 압화부문 최우수상, 대한민국 압화공모전 디자인부문 최우수상, 대한민국 야생화공모전 압화예술공모전 우수상, 2007년 고양시 세계 압화공예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각종 대회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였으며, 2014년에는 한국예총으로부터 꽃누르미 작가로서는 국내 최초로 명인 자격을 받았다. 명인이 되고난 뒤에도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우리나라 최초로 꽃누르미를 소개한 양전인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 배움을 청하기도 했다. 명인은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꽃누르미 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을 꽃누르미에 접목하고 싶다는 생각에 홍익대학교 현대미술 최고위과정을 마치는 등 지금도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백미경 명인은 “대학교에서 꽃누르미 학과를 만들어 더 많은 이들에게 꽃누르미에 대해 알리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말한다. 명인의 호인 백향(白香)은 본인의 이름에 향기 향 자를 붙여 ‘나의 향기’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향기는 곳곳으로 퍼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명인의 작품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향기에 꽃누르미에 대한 애정이 꽃핀다.

 

 

국내 최초 꽃누르미 압화 명인… 찰나의 아름다움 영원에 담다

생화(生花)로 그리는 생생한 예술… 꽃누르미 매력을 알리고파

 

▲ 꽃누르미의 매력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화병에 꽃을 꽂아도 가장 예쁘게 보게 되는 것은 3일입니다. 그런데 꽃누르미하여 꽃을 소품과 작품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아름다움을 평생을 두고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꽃누르미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일 년 사계절을 산과 들로 다니며 꽃을 모아야 하는데, 다니다보면 벌레도 많고 벌에 쏘이기도 하는 일도 많습니다. 한 번은 서울에 꽃을 채집하러 갔는데,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하천변에 드리워진 꽃가지 속에 금방 태어난 작은 아기새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꽃이라는 사랑스러운 존재를 찾아다니며 맞이하는 이런 반가운 만남도 꽃누르미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매력인 듯 합니다.

▲ 꽃누르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4년 전 백화점 한켠에 걸려 있었던 백일홍 한송이 액자였습니다. 빨간색 백일홍 한송이가 내 눈 속에 들어오고 저절로 행복한 미소가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조화인줄 알았는데 직원분이 진짜 백일홍 꽃이라고 설명을 해줬고 더 자세히 다가가 보게 되었죠. 백일홍 꽃을 이렇게 예쁘게 말려서 액자 속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꽃을 무척 좋아했던 터라 설명을 해준 백화점 직원에게 꽃누르미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소개받았고 그렇게 꽃누르미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당시 수원에 올라와 육아를 하며 무료한 생활을 하고 있었고, 동네 주민들과 수다를 떠는게 전부인 생활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던 시기였어서 더욱 꽃누르미에 매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큰 돈이었던 60만 원을 내고 강의를 들었는데, 1년 과정을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마칠정도로 꽃누르미에 푹 빠졌었습니다. 처음엔 강사를 하겠다거나 그런 생각보다는 주변에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더라구요. 백화점에 입점해 50명이 넘는 제자를 받아 강의를 할 때는 작품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강의까지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에게 소홀했었다는 생각에 매장을 제자에게 물려주고 집에서 작품활동을 하기도 했고, 아이들이 어느정도 크고 나서는 산남초등학교 옆에 개인매장을 내고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매장을 매탄동으로 확대 이전하면서 제자들도 많이 들어오고 전시를 열기도 했습니다. 광주농업기술센터에서도 체험회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을 주셔서 센터에서 2년동안 자격증반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 해외 ‘압화(壓花)’와 다른 한국 꽃누르미만이 가진 특징은.
꽃누르미, 압화를 제대로 배우게 된 것은 일본 세계압화회장인 스기노 노부오 선생님께서 2000년도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압화강좌를 했을 당시 1기생으로 들어가 압화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선생님이 일본 분이셨는데, 일본 작품 구성의 특징이 심플하고 기모노나 사무라이투구, 후지산 같은 일본 풍경 위주의 작품을 많이 하다보니 배우는 사람들도 일본풍경을 따라하게 되더라구요. 배울 때는 어쩔 수 없이 스타일을 따라가게 되는데, 1년 동안 최고지도자 과정까지 마치고 나니 스스로 작품구상을 하고 우리의 것, 우리나라 풍경과 우리 정서에 맞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꽃들도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꽃과 풀, 심지어 작은 잡초까지도 우리나라 식물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요.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민화, 초충도도 꽃으로 접하게 되며 가구들도 또한 전통적·고전적인 멋을 살려 한지를 이용하는 등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고풍스러움을 담아내 공모전에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작품을 본 일본 선생님들이 도리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면 감격스럽기도 했습니다. 정형화된 작품이 많은 일본 압화와는 달리 한국의 압화, 꽃누르미는 한국 작품만이 가지는 정적인 느낌과 정감이 가는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많이 만듭니다. 특히, 우리나라에만 있는 할미꽃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유가 있다면.
예쁜 꽃이 주는 위로와 위안 그리고 아름다운 힐링을 주는 꽃, 그 꽃으로 인해 인연을 맺고 함께 좋아하며 멋진 작품을 만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꽃으로 인해 삶에 기쁨이 될 수 있게 아름다운 꽃누르미의 세계를 펼쳐보이고 싶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도 아름다움과 기쁨을 전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 대한민국 최초 꽃누르미 명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대학교에 꽃누르미 압화 학과를 만들어서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평생교육 강좌를 오픈하고 있지만, 3년이 지났음에도 코로나로 인해 지금껏 단 하나의 강좌밖에 수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가 잦아들고 있는 지금에도 그 여파로 수강생이 잘 모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꽃누르미에 대한 배움을 청하기 위해 직접 연락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그동안 움츠렸던 마음들을 활짝 펴서 앞으로는 많은 전시회를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내년 3월에 23번째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고, 꽃이란 이름만으로 웃음을 전해줄 수 있는 예쁜 작품들을 만들어서 누구에게나 꿈과 희망을 안겨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또 최근 해초를 활용한 꽃누르미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런 작품은 해초를 직접 말려서 그 해초로 바닷 속 액자를 만들고 꽃으로 물고기를 만듭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해초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꽃누르미 문화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꽃은 보면 볼수록 저절로 행복한 눈여김을 주는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이 사랑스런 존재들과 즐거운 눈웃음을 함께 나누며 더 멋진 꽃누르미 작품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 항상 행복한 꽃길을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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