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선정(善政)의 으뜸으로 쳤다. 산과 내를 잘 관리하고 돌봐서 가뭄이나 홍수 등으로부터 주민이 재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다. 수원특례시는 하수(下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수원 REWATER’ 라는 이름으로 처리하여 재이용하는 환경정책을 내놓았다. 오는 2030년에 수원시의 하수처리수를 삼성전자에 공업용수로 공급한다. 반도체 공장에 ‘초순수’로 이용된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물은 수돗물보다 매우 까다로운 수질에 맞춰야 한다. 고도로 정수되고 순수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수원시가 처리한 하수처리수가 사용된다. 놀랄 일이 아닌가. 그것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하는 데 써지는 공업용수량이 125만 수원시민이 일년내내 사용하는 수돗물보다 훨씬 많다. 자그만치 연간 1억 7300톤에 달한다. 수원특례시는 환경부와 삼성전자와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수원특례시가 지저분한 생활 하수를 고도로 정제하여 세계적인 기업, 삼성반도체 공정에 사용할 수 있는 하수처리 된 물을 판다니 대단하다. 말 그대로 하수처리도 특별한 수원특례시가 아닌가.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수질에 맞게 정수해 보낼 능력이 수원시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로 하루 28만 톤 분량의 하수처리수를 보낸다.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용량 28만 톤은 국내 최대는 물론 세계 최고의 규모다. 하수처리수 이용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싱가포르의 재이용 총량 22만8천 톤보다 많다. 수원시에는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이 생긴다. 수자원공사의 공업용수단가, 즉 침전수 기준 톤당 328원 기준으로 연간 335억 원 가량의 세수(稅收)가 확보될 전망이다. 그간 수원시의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위한 기초를 다져온 노력의 결실이다. 물론 하수처리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고 글로벌 환경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기술을 축적하고 민선 8기 들어 수요처를 찾기 위해 삼성전자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린 성과물일 듯하다. ‘물고을’이라는 지명에 걸맞은 수원다운 정책이라 더욱 뜻이 깊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선제적으로 하수 재이용사업을 준비해 수원시가 세계 최대규모로 하수처리수를 공급하는 지자체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며 “수원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및 산업과의 상생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행정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간 수원특례시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미세먼지와 여름철 열섬현상 등 수원 도심의 환경 문제를 풀기 위해 재이용수를 활용해 왔다. 살수용, 조경용, 하천유지용 등으로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면 고압 살수차로 재이용수를 연간 6천여 톤을 도로에 뿌렸다. 
수원특례시는 환경을 최우선 순위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시민이 마시고 숨 쉬는 맑은 공기, 맑은 물만큼 중요한 자원은 없다. 하수뿐만 아니다. 빗물 등의 수자원을 원활하게 순환시켜 재이용을 확대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레인시티(Rain City)수원’ 사업이다. 도심지 빗물침투율을 높여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는 물론 지속가능한 수자원을 확보했다. 그린빗물인프라를 설치해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대형용기에 저장하여 재이용했다. 앞으로 빗물이용시설을 추가로 30개를 더 늘려 연간 빗물 이용가능량을 22만여 톤을 더 늘릴 계획이다. 무더운 여름철 빗물분사기로 폭염의 대기온도를 낮추게 하면서 빗물관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이처럼 수원특례시는 환경수도를 자처하며 물 재이용 활성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지난달에는 환경부 그린시티 시상식에서 이재준 시장이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로 중앙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앞으로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이 건립되면 국내외의 시설 견학, 관련 산업 유치 등에 힘입어 컨벤션 산업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견된다. 빗물 이용시설, 중수도 시설,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등이 확충되는 2030년에는 총 상수수요량의 2.2%를 재이용수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친환경 물순환도시로 거듭나는 수원특례시의 내일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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