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제게 찾아온 삶의 기쁨… 글 쓰는 행복 전하고 싶다”

김태실 수필가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봉문학상은 수원문협을 창립하고 수원문학을 이끌었던 故 백봉 안익승 수필가의 문학과 삶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달력없는 세월에(1975)」,「겨울 보리밭(1994)」,「수원의 맥(脈)(1996)」 등 뛰어난 수필집을 펼쳐내며 수원 문학의 격을 한 단계 올렸던 故 백봉 안익승 수필가를 기리기 위해 한 해 동안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한 수필가에게 백봉문학상 수상의 영광이 주어진다.
제8회 백봉문학상 대상 수상자는 김태실 수필가다. 그는 2004년「한국문인」에서 수필로 등단하여 2010년 계간「문파」에서 시로도 등단, 20여 년 동안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태실 수필가는 수필 ‘동전’으로 이번 백봉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제3회 동남문학상, 제8회 한국문인상, 2013년 한국수필 올해의 작가상, 제7회 문파문학상, 제34회 한국수필문학상, 제7회 월간문학상을 받는 등 섬세한 필력과 삶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꾸준히 집필을 이어오며 문단에서도 그 실력이 정평이 났다. 저서로는 수필집「밀랍인형」,「기억의 숲」,「이 남자」,「그가 말 하네」를 비롯해 시집「시간의 얼굴」,「그가 거기에」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6일 인터뷰를 위해 김태실 수필가를 만났다.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거센 추위와 눈발이 날리던 날이었다. 김태실 수필가는 1955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6살 때 서울로 올라가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결혼 뒤에는 경북 영주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이후 1980년 남편이 수원으로 발령이 나면서부터 정착해, 지금까지 43년이라는 시간을 수원과 함께했다. 지금은 수원 장안구 천천동에서 활발한 문학활동을 하고 있으며 슬하에 둔 두 딸 중 한 명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간호학 정교수와 호스피스 간호사, 한국의 간호사들의 미국 취업을 돕는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어, 가끔씩 미국에 있는 딸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한다. 또 한 명은 같은 수원에 살며 김태실 수필가를 관심과 사랑으로 돌봐주고 있다고 한다. 명절은 물론 수시로 드나드는 딸과 사위를 많이 의지하며 산다고도 했다.
김태실 수필가는 “세상의 모든 일은 사계절이 오고 가듯 언젠가 지나가기 마련이고, 태산같은 폭풍우가 밀려와도 순리대로 살아가다보면 반드시 꽃피는 때가 온다”며 “지금과 오늘에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고 말한다. 삶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 수필을 통해 글쓰는 행복과 감동을 전하고 싶다는 김태실 수필가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태실 수필가, 수필 ‘동전’ 제8회 백봉문학상 대상 수상
“故 백봉 선생님 뜻 이어 수원 문학인들의 터전 일구고파”

 

▲ 먼저 제8회 백봉문학상 대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故 백봉 안익승 선생님은 1966년 4월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의 초석을 세우신 분으로, 임병호 시인과 김석희 시인과 함께 수원에 인문학의 뿌리를 심으셨고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수원문협은 그 꽃을 활짝 피우고 있습니다. 
백봉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그분의 사고방식과 철학, 정신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특히 안익승 선생님의 호인 ‘백봉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것은 제 삶에 있어 큰 의미였으며 변화를 가져다줬습니다. 열정으로 문학을 살며 후배 문인들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해주신 백봉 선생님의 뜻을 기리며 최선을 다하며 살고자 합니다.
매년 4월이면 2001년 82세로 세상을 떠나신 백봉 선생님의 기일을 맞는데, 수상식 날 만난 백봉 선생님 따님과 함께 선생님이 계신 곳을 같이 찾아 뵙고 인사드리기로 했습니다.

▲ 수상작인 수필 ‘동전’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청계천의 팔석담 분수, 로마의 트레비분수, 샌디에이고의 발보아파크 분수 등 여행을 다니다보면 여러 도시의 다양한 분수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분수에 동전을 던져넣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죠. 깊지 않은 물 속에 동전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동전’이 가진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연극이나 영화에는 주연과 조연이 있고, 삶 속에서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 역할밖에 할 수 없는 동전은 생활의 구석구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듯, 우리의 삶 안에 동전의 자리는 늘 존재하죠. 저는 특히 사람들이 각자 갖고 있는 소원을 작은 동전에 담아 분수대에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순간만큼은 동전이 그 자체가 가진 가치를 넘어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속설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 간절한 기도는 마음에 큰 위로를 주고 동전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다고 봅니다. 이번 수상작인 수필 ‘동전’은 이같은 순간을 보며 떠오른 생각을 담아낸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문학에 몸담게 된 계기는.
2001년 가을, 화서동에서 천천동으로 이사를 와 우연히 신문 유인물에서 동남보건대학 문예창작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학교가 길 건너에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던 때라 2002년부터 문예창작반에 등록하여 문학과 만나게 됐죠. 이후 문학은 떠날 수 없는 제 삶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처음 글을 써서 교수님께 첨삭도 받고 칭찬도 듣고 하다보니 참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이후 계속 글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4년에 「한국문인」에서 수필로 등단하여 지금까지 18년이라는 시간을 글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 작품활동을 하지 않고 있을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평범한 일상생활을 합니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주중에 두 번씩 정해진 시간에 요가를 하기도 하죠. 문학 수업에도 참석하고 책을 읽다보면 생각보다 하루가 금방 간다고 느낍니다. 
지난 2022년 1월부터는 유튜브 채널 선데이포엠(Sunday POEM)을 시작해 일주일에 두번씩(목·일) 수필 한 편과 시 한 편을 낭독·낭송하여 들려주는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배경으로 쓰이는 사진들도 제가 직접 찍은 사진과 무료사이트에서 찾은 글과 어울리는 사진으로 구성하고 있고, 영상 편집은 사위가 도와주고 있습니다. 처음엔 내가 무슨 유튜브를 하느냐며 손사레를 쳤지만, 딸과 사위의 적극적인 응원에 힘입어 어느새 1년이 넘었습니다. 딸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계속 글을 쓰고, 또 책에서 잠자고 있는 시와 수필을 읽을 수도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발표했던 시와 수필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여기에서도 보람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쁘게 사는 모습을 딸들이 굉장히 좋아하더라구요. 이번 설에도 딸 가족이 집으로 찾아와 손녀딸이 책을 읽어주고 사위가 요리를 해주며 명절을 잘 보냈답니다.

▲ 작가님에게 있어 수필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수필은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다. 처음에는 일기인지 수기인지 모를 글을 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옹달샘은 처음엔 흙물이 나오지만 점차 맑은 물이 나오는 것처럼, 수필 또한 나의 일, 나의 고통, 나의 삶에 대한 일을 쓰다보면 나중에는 그 시선이 주변으로 향하게 됩니다. 제가 보고 쓴 이야기들, 가슴 아픈 사연들에 대한 수필은 지금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세상에 나아가 위로를 전달해줍니다.
옛날에는 수필을 잡문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수필이라는 장르가 확고히 자리잡았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삶을 노래하고 사랑하고 고통받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수필은 사람들이게 감동을 주고 심금을 울립니다. 

▲ 수원문인의 한명으로써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문학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저 스스로도 글을 쓰며 마음의 상처를 많이 치유받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살다보면 느끼는 아픔과 인간 관계에서 느끼는 고통을 글을 쓰는 것을 통해 풀어나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글을 쓰며 느끼는 행복을 저만 느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을 마친 뒤 장애인학교에서 3년간 근무했는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얼마나 많은 아픔을 갖고 있는지 절실히 깨달았고 그들에게 마음에 날개를 달고 새처럼 날 수 있는 자유로운 시 쓰기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두 명의 제자가 시집을 출간했고,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백봉 선생님께서 후배들을 생각해 열정으로 수원문인협회를 일궈 내셨듯이 문학을 향해 걸어오는 후배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문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수원에는 아직 문학관이 없는 상황입니다. 수원문인협회 사무실은 있지만 수원출신 문인들의 작품을 한 곳에 집대성한 문학관은 없습니다. 수원이 탄생시킨 훌륭한 문인들의 작품과 생애가 전시된 문학관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문학으로의 시선을 넓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글을 읽으며 선배문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역사적인 수원문학관 건립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수원특례시에서는 이점을 고려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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