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규 경기대학교 총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홍승혁 기자]
이윤규 경기대학교 총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홍승혁 기자]

고대 중국의 저명한 철학자인 노자는 도덕경에서 ‘큰 그릇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는 고사성어를 남겼다. 이 문장을 들여다보면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아무나 남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 없다’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렇듯 어떤 일이든 오랫동안 묵묵히 하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론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권태에 빠지기도 하며 다른 요인으로 포기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이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이겨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한 분야에 오래 몸담은 전문가들을 인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윤규 경기대학교 11대 총장은 76년 경기대 역사에서 처음으로 선출된 동문 출신 총장이다. 그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초‧중‧고를 졸업하고 경기대학교 회계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경기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로 재직, 재무처장, 교육대학원장, 기획처장, 교학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살아온 인생의 반 이상을 경기대에 헌신하며 학교 발전에 이바지한 것이다.
이 총장은 취임한 후 학교를 위해 내‧외부 활동을 분주히 수행하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개혁으로 대학들의 사정이 어려운 와중에도 기초 학문을 베이스로 실무적 능력 강화 및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한 혁신과 4차 산업 시대에 발맞춰 가는 대학,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에서 이윤규 총장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명품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학의 힘은 지역과 시민에서 나오는 만큼 다방면으로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공헌하고 교육환경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초학문을 배경으로 실무적 능력강화 융복합 인재 양성 
 4차 산업시대 부응·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으로 육성

 

외부 기업 R&D센터 등 유치해 대학 재정 확충 
교내 유휴부지 적극 활용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교육과정과 취업 연계될 수 있도록 산학연 교육과정 개설 
저의 인생 좌우명은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입니다

▲ 취임 후 약 반년이 지났다. 첫 동문 출신 총장으로서 소감은.
경기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지 어느덧 7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를 두고 최초의 경기대 동문(同門) 총장이라는 타이틀을 많이 붙여주시는데요. 저는 동문이란 개념을 꼭 경기대에 입학해서 졸업한 사람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경기대에서 일하거나 공부했다면 누구나 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1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요. 생각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저에 대한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고 비판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4년을 경기대에서 일 해왔기에 우리 대학의 강점과 문제점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또한 저도 사람인만큼 장단점이 공존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자연스레 비판이 따라오겠죠. 그러나 그것조차 겸허히 수용하고자 합니다. 구성원들과 함께 명품대학, 희망찬 경기대를 만들겠습니다.

▲ ‘경기도 대표 명품대학’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현 방안은.
모든 사람들처럼 저 역시 단점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과거부터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 의사결정할 때 순발력은 제가 가지고 있는 큰 자산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기도 대표 명품대학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유는 외부의 정치력으로만 대학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는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모든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이기에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이제는 대학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교육경쟁력을 제고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선택과 집중의 특성화로 포인트를 잡았습니다. 잘되는 것을 유지하고 새로운 교육 사업들을 빠르게 캐치해 대학을 발전시키는 것이죠.
새로운 시대의 유망업종인 AI와 빅데이터, 반도체 등 4차 산업 교육 및 연구를 통해 미래를 선도하고, 탄소중립 특성화, ESG 교육경영 등을 통하여 경기대를 명실상부 명품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 경기대 수원·서울캠퍼스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경기대는 정말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대학교입니다. 1947년도에 서울에서 캠퍼스를 설립했으나 확장에 한계를 느껴 1979년에 현재 수원 광교산자락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수원캠퍼스가 44년, 서울캠퍼스가 76년의 역사를 이어온 셈입니다.
전체로 따지면 현재 8개의 단과대학이 있고 학부생만 17,000여명, 대학원생 2,000여명이 재학 중이며 관광문화대학과 평생교육원이 서울캠퍼스에 자리하고 있고, 소프트웨어경영대학을 포함하여 7개의 단과대학이 전부 수원캠퍼스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과 수원에 10개의 대학원이 있습니다. 매주 한 번씩 서울캠퍼스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 ‘국내 최대 산학협력 겸직 교수진’을 구성했다. 취지와 운영 계획은.
산학협력 겸직교수는 대부분이 산업 현장에서 10년 이상 경험이 있는 분들로 산업계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경험과 전문분야의 기술 및 지식을 가진 분들입니다.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저희 대학의 교육의 질 향상과 취업 연계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우리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과 산업계 현장 업무와의 괴리인데 산학협력 겸직교수나 기존의 산학중점 교원이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산학 중점 교원은 산업계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으로 우리 대학이 외부 사업을 유치하는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대학은 SW중심대학 사업을 2020년도에 유치하였는데 이때 산학 중점 교원 분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고 여기에 더하여 산학협력겸직 교수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부에서는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중이고 지역발전과 연계한 전략적 지원으로 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향후 산학협력 겸직 교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산학협력겸직 교수님들은 현재 무보수로 대학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경기대의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교육·연구 경쟁력 강화 방안은.
요즘 AI와 빅데이터 연구 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분야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대학은 AI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SW중심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전교생들에게 SW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SW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기존 컴퓨터과학과와 경영 관련 학과를 통합하여 소프트웨어경영대학을 설립하고 AI 컴퓨터공학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존 100명 정도의 학부 입학정원을 2배 이상 늘려 240명 이상으로 증원하였습니다. 경기대-KT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하여 빅데이터와 제조지식을 겸비한 전문 인력 양성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향후 경기대학교는 4차 산업을 선도하고 교육 연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인공지능전공, 컴퓨터공학전공, SW안전보안전공과 빅데이터 센터 등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이들 분야에서 최고의 대학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나아가겠습니다.

▲ 연구개발, 기업유치 등 산학 연계 사업 현황은.
대학 기능 중 2개의 큰 축은 교육과 연구라고 할 수 있는데 대학은 이제 학생들의 등록금만 가지고는 그 기능을 충분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서 대학은 연구개발에 역점을 두어 외부 사업 수주를 활성화하고 외부 기업 R&D센터 등을 유치하여 산학협력과 재정 확충을 해야 대학발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겠죠. 
이런 측면에서 경기대학교는 2018년부터 대표 연구소 및 특성화 분야 등을 선정하여 계속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 금년에도 상당한 예산을 지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외부 기업 R&D 센터를 유치하기 위해서 우리 대학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교내 유휴 부지에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외국 또는 국내 유수 기업 등의 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 중이고 현재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대학은 유수한 국내·외 기업들과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외국 유명 반도체 부품 기업은 상당 부분 진척이 있어 곧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좋은 국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할 예정입니다. 

▲ 채용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대만의 취·창업 관련 지원은 무엇이 있나.
총장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 중 하나가 취업에 관한 사항입니다, 그래서 취임 후 바로 관련 위원회를 조직하여 취업률 제고 방안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취업 활성화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 및 계획 중인데요. 학과(전공)별 취업통계 시각화 시스템 구축을 통한 실시간 현 위치와 경각심 공유, 학과(전공) 연계 ‘브릿지 프로젝트’ 개선을 통한 저학년 사전 진로설정 지원합니다.
 또한 취업연계형 ‘K-글로벌 인턴십’ 추진을 통한 해외인턴십 및 외국계기업 취업 지원, 일경험(인턴십) 확대, 미래 신산업분야 역량 강화 비교과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K-친화기업 200’ 발굴 프로젝트를 통한 우리대학 맞춤형 기업 관리, ‘K-포트폴리오 졸업인증제’ 추진, 미취업 졸업생 대상 단기 집중 취업지원 프로그램 운영, 유지취업률 제고를 위한 기존 취업자 추적관리 및 이직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이 대표적인 취업률 향상 프로그램들입니다.
또한 우리 대학은 교육과정과 취업이 연계될 수 있도록 취업에 필요한 학과별 산학연 교육과정을 개설하여 기업체 인턴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2014년부터 창업 선도대학으로 선정되어 학생들의 체계적인 창업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창업 관련 교과목 및 장학금 등을 지원하여 창업 마인드를 함양하고 있고 창업과 관련된 실제적인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창업 지원 등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대학 생활하면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죠.

▲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해법은.
학령인구 감소는 굉장히 난처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영토가 작은데다가 지하자원도 부족해 철저하게 인적자원으로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국가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학생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재정적으로 어려워지기 때문에 매우 중대한 문제입니다.
솔직한 말로 서울이나 수도권은 그나마 타격이 덜하지만, 지방 소재 대학들은 학교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등록금이 줄어들다 보니 교직원들의 임금 인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재정 해법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등록금 인상보다는 다른 방법을 통해 재정 확충에 힘쓰고자 합니다. 먼저 오래된 법들을 현시점에 맞게 바꿀 수 있도록 하고 대학에 자율적인 여력을 부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감사 기능을 강화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봅니다.

▲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경기대의 노력은.
지역과 대학은 상생과 협력의 관계입니다. 지역과 긴밀하게 연계하지 못한다면 대학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은 지역 주민과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 일례로 학부모님들을 ESG 미래전략경영위원회에 위원으로 위촉하였고, 지역에 공헌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3월부터 운영됩니다. 대학이 그저 수익사업만을 위하여 지역과 소통한다면 대학의 존재 의미가 미약한 것이라 봐야죠.
반대로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도 대학에 큰 도움을 줘야하는 시대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학령인구 감소와 여러 규제로 인해 대학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를 잘 인지해서 지역과 대학이 서로 순기능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인생 좌우명은.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입니다.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다달아 또 한걸음 더 나아간다.’라는 뜻입니다. 
조선시대의 거상인 임상옥이라는 인물이 고려인삼을 팔러 중국에 갔을 때 중국 상인들이 값을 내리기 위해 담합을 했는데요. 재산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임상옥은 중국에 와 있던 추사 김정희를 찾아갔고 거기서 추사는 ‘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을 내밀었죠. 이에 큰 깨달음을 얻은 임상옥은 인삼을 모아 불태우려고 하자 중국 상인들이 말렸고 인삼을 잘 팔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 인생에서도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앞으로 나간다면 반드시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년사에서도 “백척간두진일보 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대학의 위기도 극복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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