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문화명인 진흥과 우리 전통문화 서예 발전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담산 이순금 서예명인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담산 이순금 서예명인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문을 열고 작업실로 들어서자, 익숙한 먹의 향기가 느껴졌다. 벽에 걸린 수십개에 달하는 붓과 글씨들을 보며 새삼 ‘서예 명인’을 찾아온 것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요한 서예방에서 들리는 먹 가는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듯 했다. 담산 이순금 서예 명인과 인터뷰를 마치고 글씨를 쓰는 모습을 찍고 싶다고 요청했다. 흔쾌히 요청을 승낙한 이순금 명인은 그 자리에서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글귀를 써내려갔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 덕을 베풀면서 살아야 이웃이 많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는 써내려간 글귀에 대해 작고하신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글이라고 설명했다. 글에 담긴 뜻처럼 덕을 베풀고 살아야한다고 강조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명인이 가장 자주 쓰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글귀가 됐다고도 했다.
담산 이순금 서예 명인은 서당을 하시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서예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때는 공모전에서 대상, 우수상 등 많은 상을 휩쓸었다. 특히, 31세에 월간서예에서 개최하는 서예대전에서 5가지 필체 모두 특선을 받으면서 ‘명필오체장’을 받았으며, 1997년 한국서예청년작가전에서 선발하는 2~30명 안에 들면서 10m에 달하는 공간에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여기에 선발되는 것은 젊은 작가들에게 있어 큰 영광이었다. 이후 38세에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로 심사를 시작해 2010년, 2016년, 2022년 3회에 걸쳐 심사위원을 맡았으며, 각종 서예대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1년에 한국서예협회 용인시지부를 창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이순금 명인은 “서예가의 길을 걸을 때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뻐하고 격려해주시고 힘이 되어 주신 분이 바로 아버지셨다”라고 소회했다.
지난 2016년 한국예총에서 한국예술문화명인 인증을 받은 담산 이순금 서예 명인은 2021년부터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 한국예술문화명인 경기지회장을 맡아 이끌어오고 있으며, 올해 연임을 하게 되어 경기도 내 명인들의 지원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경기도청에서 ‘2023 한국예술문화 경기명인展’을 개최하며 명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담산 이순금 서예 명인은 “서예 진흥을 위한 경기도 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서예 지도자 양성에도 힘쓸 계획”이라며 “이에 더해 한국예술문화명인들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 마련 등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당집 딸에서 서예 명인으로…40년 서예 외길 걸어와
서예 진흥 조례 마련 위해 노력…서예교육 활성화 이룰 터

 

 

▲ 서예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서당을 하셨던 아버지 슬하에서 태어나 어깨너머로 서예를 보고 배우며 자랐습니다. 아버지의 글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옆에서 먹을 갈아드리기도 하면서 서예를 자연스럽게 접했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서예를 배우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는데, 당시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선생님께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교내대회와 지역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하면서 서예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지금까지 서예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 서예 명인이 되기까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1997년도에 서예 학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왔던 아이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원에 왔던 아이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인연이 되었는데, 학교 졸업 후에도 대학에 입학했다, 군대에 들어간다, 제대 했다, 취직을 했다 계속 인사를 하러 오곤 했죠. 그 어렸던 제자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다고 저에게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대학교수님도 계실텐데 내가 자격이 되냐고 했더니 부모님께서도 제가 주례를 서줬으면 좋겠다고 하신다며 부탁을 받아 주례를 서준 적이 있습니다.
또, 결혼 이후 시어머니가 서예인이 된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시어머니는 현재 한국서예협회 용인시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계실정도로 서예에 대한 애정이 높으신데, 지금도 서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합니다.

▲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 경기도 현황이 궁금하다.
경기도 내 한국문화예술명인은 1기부터 시작해 11기까지 약 70여명이 계십니다. 경기북부쪽에는 나전칠기, 목각공예, 석각공예 등을 다루는 명인분들이 많고, 수원지역에는 조각보 명인과 자수 명인 등 다양한 분야의 명인들이 계십니다. 과거에는 ‘명인’이라는 호칭이 아닌 각 분야 심사위원, 초대작가 같은 호칭을 사용했는데, ‘명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난 뒤 일반인분들도 인정해주시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단순한 호칭에 불과하지만, ‘명인’이라는 호칭을 통해 인식이 많이 변화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지난 4월 경기도청에서 ‘2023 한국예술문화 경기명인展’이 열렸다. 코로나 이후 진행된 전시였는데, 소회는.
지난해 용인 포은아트 갤러리에서 개최한 ‘경기명인 꿈을 펼치다’ 전시를 개최하였으며, 올해에는 남종섭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님의 도움으로 경기도청 2층 전시장에서 ‘2023 한국예술문화 경기명인展-봄의 시작에 꽃을 피웠다!’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1층에서의 전시를 고려했으나 공간이나 보안문제 등으로 2층 전시장에서 전시를 추진했습니다. 다만, 명인분들의 작품이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청 전시장이 외부와 오픈된 공간이 아니라는 부분, 홍보가 부족했던 부분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관객이 적어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래도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직원분들과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해외 순방을 다녀온 이후 전시를 관람하는 등 전시회 개최의 의미는 있었다고 봅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사랑’, ‘혈구지도’, ‘금옥만당’ 작품들은 공직에 계신 분들에게 전하는 의미가 있어 제 글을 보고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작품 구상을 해보았습니다.
‘사랑’에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우산의 되어주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혈구지도’는 자신을 척도로 삼아 남을 생각하고 살펴서 바른 길로 향하게 하는 도리 상의 길을 의미하며 크게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서 작게는 가정을 다스리는 일까지 혈구지도에 맞게 해야한다는 뜻입니다. 군자라면 혈구지도를 마땅히 지켜야할 것입니다. ‘금옥만당’의 금옥은 과거 벼슬아치들이 착용하던 금옥관자를 의미하는데, 금옥관자를 착용하는 벼슬아치가 집안에 가득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현명한 신하와 부하가 많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 학교 강의와 서예명인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유는.
2018년 서예진흥법이 제정되었지만 아직까지 초등 서예교육은 미술교과 1단원에 불과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대학교에서도 서예학과가 많이 사라지고 서예디자인학과로 바뀌는 등 서예의 현실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전광역시에서 서예진흥조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 제가 직접 사례발표에 나섰습니다. 조례 제정이 되었고, 1년에 10억 가량의 예산을 받아 지도자양성교육 및 교육활동에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대전광역시의 예처럼, 서예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광역단체인 경기도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앞으로 경기도에도 서예교육 조례가 제정되어 경기도 내 학생들이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쓰려고 합니다.

▲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서예교육진흥조례가 만들어진 도시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강원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사천시, 함안군, 익산시 등이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에서 동 조례를 제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초등학교가 6천여곳이 되는데, 각 지자체마다 서예교육진흥 조례가 만들어져서 초등학교의 20%만 서예교육을 실시하더라도 서예 관련 일자리는 충분히 만들어지게 됩니다. 단, 비율이 더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지도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여 서예 지도자를 양성해야 합니다. 경기도에서 서예진흥조례가 만들어지면 각 시군에서 조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경기도의회 쪽에 조례 제정을 건의해나갈 계획입니다. 조례가 제정된다면 경기도 내 초등학생들이 서예 교육을 받게 되고 학생들의 인성함양은 물론 전통문화 계승과 서예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경기도민과 수원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예는 어려서는 인성교육과 자존감을 높이고, 어르신들에게는 치매를 예방하는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입니다. 3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어려서 익힌 인성교육이 평생을 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통문화 서예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명인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는 등 경기도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서예문화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서예 진흥과 더불어, 경기도 내 명인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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