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0.78명’, 이 수치는 미래 한국 사회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형편이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무거운 공기가 지금 대한민국을 덮고 있다. 적정 출산율은 2.1명이다. 세계인구학의 권위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한국이 지구상에서 인구가 소멸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학자의 섬뜩한 경고다. 예측한 시점이 아직은 먼 미래지만 저출산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시기가 빨리 올 수도 있어 걱정이다. 왜 우리나라만 그럴까. 물론 한두 가지 이유가 아니다. 사교육비 부담, 부동산 가격 급등, 장기근로 기업문화, 여성에게 집중된 육아 부담, 혼외 출산 비인정, 가부장제 문화 등이 문제다. 사교육비가 세계 최고이다. 오죽하면 난이도(難易度)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專門)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은 필수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상시 입원 진료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기준을 복지부가 내놓을 정도다. 
미국 CNN이 16년간 260조 원을 쏟아부었는데도 효과 없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책을 지적했다. 해외의 학자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를 제기한 점이 놀랍다. 세계 저출산 국가로 낙인(烙印)된 지 오래다. 여성들이 가정에서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게 하는 구조가 깨어지지 않으면 출산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그의 예측대로 해마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다. 농촌은 더욱 심각하다. 경제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령화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출산율 하락으로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고령화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거대한 재앙(災殃)의 그림자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빙산(氷山)과도 같다. 재앙의 그림자가 발끝에서 가슴 가까이 드리워지고 있다. 머지않아 이 그림자는 후세들에게 이어져 머리까지 뒤덮을 것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인구 감소지역의 고령화율은 29%인데 비해 농촌은 40%를 넘었다. 늙어가는 속도가 초고속이다. 농어촌 빈집들이 늘고 초·중등학교가 폐교(廢校)되고 있다. 도시보다 농촌지역은 어린이집, 산부인과, 소아과 병원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어 심각하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쇼크(shock)다. 생산인구가 줄어들면 경제활동이 위축된다. 경제를 망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자본시장과 재정 쪽에도 충격을 준다. 급증하는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게 된다.
과거에 비하면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이 달라졌다. 아직도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는 추세다. 특히 직장에 다니는 여성일수록 혼인과 출산을 꺼리는 경향이다. 자녀 양육을 위해 퇴직한다. 경력이 단절(斷切) 된다.    
저출산 문제의 해답은 일과 가정이 양립(兩立)되고 과도한 육아 부담을 덜게 해줘야 한다. 출산율이 높은 국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기에 그렇다. 저출산에 따른 지방 소멸(掃滅) 위가 현실로 다가왔지만 뾰족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듯하다. 1400만 명에 육박하는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30곳이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생아(出生兒)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집집마다 문패가 다르듯 정권이 바뀌면 저출산 대책도 천차만별이다. ‘변방(邊方)의 역사’로 점철됐던 운명을 벗어나 ‘중심의 역사’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이 아닌가. 철저한 준비 없이 저출산과 고령화를 맞으면 마치 타이타닉호처럼 모든 게 가라앉게 될 줄도 모른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대변혁의 전조(前兆)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치권이나 정책당국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행동은 멀고 말만 풍성하다. 위기는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는데도 절박감이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불감증(不感症) 환자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저출산 대책이 시급하다. 결혼, 임신, 출생, 육아, 초등돌봄 현장에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저출산 대책의 나침반이 돼야 한다. 출산율은 젊은 세대의 삶과 가치관이 응축(凝縮)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합계출산율은 미국 1.64명, 일본 1.33명인데 OECD 국가 중1명 이하인 국가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미혼 40%는 ‘결혼 의향도 없다.’라는 조사보고다. 인구 절벽, 지역 소멸 위기라는 말이 현실적인 경고다. 출산장려 정책은 파격적이어야 복잡한 저출산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음을 정치권과 정부가 깨달아야 한다. 초저출산 해결 없이는 국가발전의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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