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을 끝낸 의자들이
탁자 위에 올라가 있다

두 손 들고 벌서는 학생들 같다
오늘도 성적이 부진했나보다

주방 구석에 쭈그리고 있던
어린 대걸레가
열심히
바닥을 닦는다

문밖에
문 닫는 하루가
즐비하다

 

김정수 시인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서랍 속의 사막', '하늘로 가는 혀',

'홀연, 선잠', ‘사과의 잠’ 등이 있으며 경희문학상을 수상했다. 

 

 

 

시평(詩評)

김정수 시인의 시집 『사과의 잠』에서 이 시를 접하는 순간, 지난 3년간 우리를 괴롭혀 왔던 코로나라는 감염병이 머릿속에서 생생하다. 물론 아직도 공식적으로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인들끼리는 서로 얼굴 맞대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된다. 코로나는 내수경기의 침체와 회식문화의 단절로 지역의 골목상권을 무참히 붕괴시키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흔들어 놓았다. 영세 식당업자들은 고가의 식자재 비용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의자를 탁자위에 올려놓고 두 손 번쩍 들었다. 이것은 어쩌면 약자들의 살아남기 위한 강자들에게 항복하는 것을 사유화 한 것이다. 화자는 이러한 아픔의 현실을 스케치하여 행간에 풀어 놓았으며 마이너스 경제를 성적 부진으로 비유했다. 또한 의자라는 사물을 통하여 사회적 관념이 뚜렷한 환유적 기법으로 시편을 이끌어 나갔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여운을 남기게 한다. ‘문밖에/문 닫는 하루가/즐비하다’ 이 행간을 읽는 순간 가슴이 저려온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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