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며 새어나간
지상의 시간
변태(變態)의 통증을 견디며
또 하나의 생(生)을 벗는다

빗나간
기억의 진액을 뽑아
바람 속에서 직조해 낸
천상의 날개옷 한 벌

상현달 걸린 허공
황홀하게 훔쳐내고
오래된 우주를
하나씩 삼킨다

 

임애월 시인
임애월 시인

본명 홍성열, 제주시 애월읍 출생,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수료, 1998년 《한국시학》으로 등단, 시집 『정박 혹은 출항』, 『어떤 혹성을 위하여』, 『사막의 달』, 『지상낙원』, 『그리운 것들은 강 건너에 있다』, 『나비의 시간』 전영택문학상, 한국시학상, 수원시인상, 경기시인상 등을 수상, 현재 《한국시학》 편집주간이며 한국경기시인협회 부이사장임.

 

시평(詩評)

나비는 주로 낮에 활동하는 곤충이다. 아름다운 날개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나비를 소재로 한 동화 혹은 노래, 이야기가 넘쳐난다. 어찌 보면 벌레의 한 종류임에도 기피하지 않고 오히려 나비를 찾아다니는 어린이들을 보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비는 변태를 거치는 곤충으로써 알과 애벌레, 번데기의 과정을 거쳐 성충으로 변한다. 시인은 이러한 나비의 생태를 세심하게 관찰하여 우리의 삶과 연결하여 서정적 시편으로 만들었다. 일상의 생활에서 성공은 저절로 생긴 산물이 아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오는 결실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한 마리의 아름다운 나비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고치 속에 가두는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 고치 속에서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한 생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참고 견디며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다. 따라서 나비의 시간은 인간이 겪어야 하는 한 생애의 멀고 먼 여정을 다룬 서사적인 시라 할 수 있다. 천상과 우주를 향해 날아가려는 몸부림, 이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들 누구나 품고 있는 꿈일지도 모른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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